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푸른델셜생명 인수에 성공해 다시한번 'M&A 승부사' 면모를 보여줬다.
KB금융지주는 그룹 사업포트폴리오 중 약점으로 지목됐던 생명보험을 강화하고, 신한금융지주에 내줬던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3년만에 탈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 KB금융, 대형 사모펀드 제치고 인수..인수가 2조3000억
10일 KB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및 자회사 편입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푸르덴셜생명보험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는 KB금융지주를 비롯해 MBK, IMMPE 등 굵직한 사모펀드 들이 참여했다. 특히 IMMPE의 경우 우리금융이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간접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KB금융지주는 인수금액으로 2조3000억원 가량을 써냈다. KB금융지주 측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기초 매매대금 2조2650억원과 거래종결일까지 합의된 지분가치 상승에 해당하는 이자 750억원 가량을 합산해 지급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인수는 Locked-Box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실제 매매대금은 거래종결일의 사외유출금액 등을 반영해 보다 낮은 방식으로 확정될 예정이라는 것이 KB금융의 설명이다.
Locked-Box 방식이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결정한 기업가치평가액을 기준으로 매매대금을 미리정한 뒤, 가치유출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매매대금의 조정을 허용하지 않는 거래 방식을 말한다.
◇ 윤종규 회장, 취임 후 굵직한 M&A 성사시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그간 생명보험회사 인수 의지를 꾸준히 내비쳤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생명보험회사 M&A를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금융업계에서는 2015년까지 신한금융지주가 순익 규모에서 굳건한 1위였다. 2015년 KB금융의 순익은 1조7000억원으로, 2조3700억원의 순익을 낸 신한금융과의 격차가 7000억원 가량 벌어져 있었다.
하지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014년말 취임한 이후 연이어 굵직한 M&A를 성공시키면서 신한금융을 빠르게 쫓기시작했다.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을 인수했다.
그리고 이들 회사가 본격적으로 KB금융지주에 합류한 2017년에는 그룹 순익이 3조원을 넘겨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그룹에 올랐다.
2018년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인해 신한금융에 다시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고, 지난해에는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리딩금융을 수성했다. 하지만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익차이는 900억원에 불과했다. 푸르덴셜생명이 지난해 1400억원의 순익을 달성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리딩금융그룹 경쟁에서 다시 우위에 설 것으로 분석된다.
M&A의 최대 걸림돌인 자본건전성 역시 견고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말 기준 KB금융의 BIS비율은 14.5%로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오랜기간 보험사 인수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준비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분기 후순위채 발행과 앞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철저한 자금조달 계획 이행을 통해 인수 이후에도 BIS비율 등 자본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최대약점 '생명보험' 보강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생명보험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기준 KB생명보험의 순익은 160억원으로 KB금융지주 전체 순익의 0.5%에 불과했다.
이번 푸르덴셜생명 M&A가 마무리되면 생명보험 부문 순익은 KB금융 전체 순익의 5%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카드, 증권, 손해보험에 이어 지주 내 5번째 핵심 수익원이 되는 셈이다.
앞으로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 직원이 포함된 실무협의회를 구성, 인수 후 조직안정과 시너지 강화방안, 전산개발 등 주요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푸르덴셜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영업채널을 활용해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그룹 WM아웃바운드 중심의 시너지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KB생명과의 합병은 당분간 미루고 두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 인위적 구조조정을 지양하고 생명보험업 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푸르덴셜생명보험 회사와 직원들 및 LP(Life Planner)들의 역량을 존중해 KB금융의 축적된 금융업 노하우를 공유해 공동의 발전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