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이 사실상 3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금융권의 이목은 윤 회장과 함께 KB금융을 이끌 파트너 KB국민은행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종료된다.
금융권에서는 허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윤 회장과 호흡을 같이 한 비은행 계열사 대표들이 KB국민은행장 후보로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점치도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다음주 중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군을 추린다는 방침이다.
◇ 어차피 은행장은 허인?
금융권에서는 허 행장(사진)의 연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수익성을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KB리브온(알뜰폰) 등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사업포트폴리오도 확대했다.
게다가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안팎의 신임을 얻었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강타한 사모펀드 사태를 가장 빗겨간 곳이 KB국민은행이다.
실제 금융지주 전체 실적 1위 자리는 신한금융지주에 내줬지만 KB국민은행은 신한은행과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지속적인 리딩뱅크 경쟁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한은행은 1조1407억원의 순이익을 낸 반면 KB국민은행은 1조246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신한은행을 앞질렀다.
게다가 KB금융이 윤 회장 체제로 돌입한 이후 KB국민은행을 이끈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도 허 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치는 요인이다. KB금융은 윤 회장 취임 이후 지주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지 않았으나 2017년 11월 회장과 행장을 분리, 허 행장이 쭉 행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연임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 KB금융은 계열사 대표의 임기를 '2+1'년으로 3년을 보장한다. 윤 회장이 임기 3년을 채운 허 행장 대신 새로운 인물을 앉혀 분위기 쇄신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다크호스①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업계에서는 허 행장의 대항마로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을 꼽는다. 이 사장은 윤 회장과 함께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오를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KB국민은행 전략기획부, KB금융지주 경영관리부, KB생명보험 경영관리 부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KB금융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지난 2018년 대표로 취임한 이후 실적 역시 꾸준히 끌어올렸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카드의 순익은 163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77억원 증가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경영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 사장은 'KB페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KB국민카드 체질개선의 선봉장 역할도 맡고 있다는 점을 비춰보면, 당분간 KB국민카드 대표 자리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크호스② 박정림 KB증권 대표
또다른 다크호스는 박정림 KB증권 대표다.
박 대표는 2017년부터 KB증권 WM(자산관리)부문장, KB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WM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하다 2019년부터 KB증권 대표와 KB금융 자본시장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는 WM전문가다.
주목할 점은 윤 회장이 내건 주요 경영목표 중 하나가 WM 강화라는 점이다. 박 대표는 3년여간 꾸준히 KB국민은행과 지주의 WM을 맡아오면서 KB금융지주의 WM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윤 회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 경영을 KB금융의 미래전략으로 내세운 점도 박 대표가 깜짝 발탁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여성은행장이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을 끝으로 더는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유리천장을 깨는 상징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KB증권 대표로 직을 옮긴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박 대표는 2019년 1월부터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경영의 연속성 등을 고려하면 박 대표가 KB국민은행장으로 깜짝 발탁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