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2020년 결산 배당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미 예고됐던 대로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권고 여파로 배당성향이 대부분 하락했다.
하지만 분기 배당 도입 등 추가 배당 여지를 남기면서 주주들을 위해 곳간 문은 활짝 열어둔 상태다. 배당 자제 권고 방침 기한이 끝나는 올 하반기부터는 공격적으로 실탄 쏘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배당성향 20% 맞추거나 전년대비 크게 낮춰
최근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모두 2020년 결산 배당 계획을 공시했다. 기존에 이들 금융지주는 25~27% 선에 달하는 배당성향을 보였지만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통해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면서 실적 호조에도 불구, 전년대비 배당 규모가 줄게 됐다.
앞서 금융위는 2023년 6월까지 코로나19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L자형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상당수 은행의 기본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이 배당제한 규제비율에 미치지 못할 수 있어 한시적으로 배당 규모를 순이익의 20% 이내로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이를 감안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2020년도 기말배당금의 배당성향을 20%로 결정했다. KB금융지주의 보통주 배당금은 1770원, 하나금융지주는 1850원, 우리금융은 360원이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보통주 주당 1500원으로 배당성향은 22.7%로 정했다. 4개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배당성향이 권고 수준인 20%를 웃돈다. 다만 2019년 보통주 기준 주당 1850원보다 낮고 배당성향도 직전연도 26%에서 줄었다.
IBK기업은행은 주당 471원의 배당을 결정해 연결 현금 배당성향이 24.1%로 정해졌다. 기업은행은 최근 2년간 최대주주인 정부보다 일반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을 하는 차등배당을 실시하다 동일한 배당을 하는 균등배당으로 복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배당금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주당 472원)에 머문 반면, 일반주주 대상 배당금이 주당 670원에서 크게 줄었다.
기업은행 역시 정부 권고안 20%를 크게 웃돌지만 2019년 28.2%에서는 크게 줄어든 수치다. 배당성향이 25%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14년(24.19%) 이후 처음이다.
◇ 분기배당 등 여지 남겨…곳간 여전히 활짝
당장 배당이 줄긴 했지만 금융지주들은 배당성향 20% 권고안 적용 기간이 끝나는 7월 이후 추가 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융위도 권고 종료 이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종전대로 자율적 배당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간 금융지주들은 배당성향 축소는 일시적이며 기본적인 배당 정책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지주는 3월 주주총회 안건으로 분기배당을 도입하는 정관변경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신한지주는 그간 중간배당이 가능했지만 정관변경 시 3월, 6월, 9월 말일 최종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를 대상으로 분기배당을 할 수 있게 된다. 신한금융지주가 기존 중간배당 제도에서 분기배당으로 갈아탄 것은 그만큼 주주 배당 확대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금융도 이달 말 주총에서 자본준비금 4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정관 변경 안에 포함시켰다. 자본준비금은 매 결산기의 이익 이외의 이익을 재원으로 해 적립하는 법정준비금을 말하며 회계상 자본잉여금을 뜻한다. 이익잉여금은 손익거래나 이익의 사내유보에서 발생하는 잉여금으로 현금배당 재원으로 활용된다.
자본준비금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별도기준 자본잉여금은 14조8740억원, 이익잉여금은 7026억원으로 자본잉여금 4조원이 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되면 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정관 상 중간배당이 가능하다.
KB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적극적 배당을 약속한 상태로 중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KB금융은 중간배당과 분기 배당이 정관상 모두 가능하고 하나금융은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 기업은행은 일반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2018~2019년 실시한 차등배당을 내년에는 다시 재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 NH농협지주 관심…특수성 감안될 듯
4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 외에 비상장사인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아직 배당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서 배당성향을 권고안 20% 수준에 맞출지 주목된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이달 말 주총에 앞서 이사회를 열어 배당을 결정할 계획이다.
NH농협지주는 상장사가 아닌데다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로 배당금이 농민지원금으로 활용되는 특수한 성격을 감안할 때 예외 적용이 점쳐져왔다.
농협중앙회로 배당되는 배당금은 단위농협을 거쳐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분배되는 구조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NH농협금융지주가 금융위 권고안을 따르지 않고 기존 배당성향과 동일한 수준에서 배당에 나설 수 있다. NH농협금융지주의 2019년 배당성향은 28.1%에 달한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지주처럼 예년보다 배당성향을 낮추면서 중간배당 등을 활용해 추가 배당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NH농협금융지주 역시 정관변경 없이 중간배당이 가능한 상황이다. NH농협금융지주가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면 사상 첫 중간배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