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까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우리 경제의 핵심인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내수 역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란 이유에서다.
0%대 기준금리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다. 가계부채의 급증과 함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총량 관리를 주문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4차 대유행과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내수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끝을 알렸던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커지는 제로금리 부작용
지난해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자 한국은행은 빠르게 움직였다. 2019년 10월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던 한국은행은 지난해는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나 인하하는 이른 바 '빅컷'을 단행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0.5%라는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맞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건 불가피한 선택으로 꼽히지만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그 부작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다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 확대로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자산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장중 1430선까지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어느덧 3200선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투자문화의 변화가 한몫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 따른 효과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부동산 가격 급등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최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함께 내놓은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순자산 중 토지와 부동산 자산의 가치는 10.4%나 증가했다. 이 역시 시중 유동성이 집중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도 급증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모두 103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41조원 넘게 늘었다. 2004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구체적으론 주택담보대출이 30조4000억원, 기타대출이 11조3000억원 증가했다. 집값에 이은 전셋값 상승과 함께 신용대출 증가가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수장들도 가계부채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를 표시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합리적으로 결정하라"면서 직접적으로 경고 사인을 보냈다.
한국은행, 일단 기준금리 인상 강행 의지
급기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카드로 실제 행동에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직접 나서 총대를 멨다. 특히 최근 델타 변이 확산에도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백신 접종이 늘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소비회복과 원활한 경제활동을 전제로 깔긴 했지만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확진자 수만으로는 인상 여부를 따질 수 없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시간표를 정해두진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판단에 부합하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수출을 비롯한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코로나19 확산세도 진정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자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이르면 다음 달 기준금리를 한차례 올린 후 연내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일관되게 경제 전체의 흐름을 보면서 금융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르면 내달 기준금리 인상 후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1분기 중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부작용 최소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델타 변이 한국은행 시계 늦출 수도
하지만 한국은행의 시간표가 확 달라질 수도 있다. 이주열 총재의 판단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투입과 함께 백신 보급 확대에 따라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따른 내수경기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최근 상황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쪽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나섰지만 확진자 수는 1000명대 중반을 넘나들면서 여전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백신 접종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게다가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4자 대유행이 조기에 잡히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면 경제적인 충격파가 커질 수밖에 없고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에 쉽사리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어 코로나19의 전개 상황을 보겠다던 한국은행 역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지만 8월 인상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무리 금융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해도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과 하방 리스크가 커 8월 금리 인상을 단정할 순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보면 한국은행의 강한 의지에도 8월보다는 10월 인상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