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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주담대 6%대 가나

  • 2021.11.25(목) 14:53

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0.75%→1.00%로 인상
금리 0.25%P 상승시 가계 이자부담 2.9조 늘어
"금리 정상화" 언급, 내년 추가 금리인상 시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제로 금리' 시대가 1년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가계부채 폭증에 따른 금융 불균형과 치솟는 물가를 바로 잡기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가계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인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가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어서다.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점을 고려하면 가계 이자부담은 5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그래픽=비즈니스워치

누적된 금융불균형·인플레이션 우려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00%로 기존대비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가 글로벌 공급 차질에도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물가상승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고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리 인상 배경에는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나타난 금융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 한은은 지난 5월부터 금융 불균형 누적에 대해 꾸준히 경고음을 냈다. 한은이 말하는 금융불균형은 빚의 급격한 증가, 자산가격의 과도한 상승, 주식 등 위험 자산의 투자 확대 등으로 금융이 불안해지고 실물경제로도 위험이 번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가계부채는 지난 3분기 기준 약 1845조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1836조원을 넘어서는 수치로 위험 수위를 웃돌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대비 20조8000억원이나 급증한 969조원을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4분기(24조2000억원)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월말 104.9%로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레바논(120.9%) 다음으로 높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은이 발표한 이달 물가인식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2.7%로 각각 전월대비 0.3%포인트 올랐다. 물가인식은 지난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은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과 전망을 의미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은 201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미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3.2% 올라 2012년 1월(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기준금리 2차례 인상…가계이자 부담 5.8조

금통위는 가파른 가계부채 규모와 물가 상승이 우리 경제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어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으로 눌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총재는 간담회 내내 "현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다", "(금리인상은) 긴축이 아닌 정상화"라는 말을 누차 반복했다. 추가 금리인상 의지를 완곡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 금통위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자 '빅컷(1.25%→0.75%)'을 단행한 후 5월 추가 인하(0.75%→0.50%) 등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끌어내렸다. 이후 동결 기조를 이어가다 지난 8월 한 차례 올렸고, 이날 연 1%대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상반기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하반기에도 한두차례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세 차례 올라가면 기준금리는 1.75%가 된다.

다만 금리 상승에 따른 향후 가계의 이자비용은 더 심화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2020년말 대비 2조9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두번의 기준금리를 감안해 단순계산하면 5조8000억원이다. 대출잔액과 변동금리부대출 비중을 활용해 계산한 것이다.

이미 시장에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4%대 후반대까지,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주담대 금리는 연 5% 초중반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분이 반영되면 연말에는 신용대출의 경우 연 5%, 주담대는 6%대를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유지했다. 지난 8월 전망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내년은 3.0%로 봤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3%, 2.0%를 제시했다. 8월보다 0.2%포인트, 0.5%포인트 상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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