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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찬밥' 금리상한형 주담대, '더운밥' 될까

  • 2022.07.15(금) 11:04

금리제한폭·가산금리 낮춰 판매 연장
내내 외면…금리급등기 제몫여부 주목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의 판매가 연장됩니다. 은행권은 작년 7월 시작해 이달 15일을 시한으로 이 상품을 판매해 왔죠.

이 상품은 시장 금리가 올라도 대출상품의 금리는 일정이상 오르지 않도록 설계한 대출입니다. 금리 상승기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걱정을 덜어주자는 금융당국의 주문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실효성이 적다는 비판을 받았고, 판매 실적도 극히 미미했습니다. 그야말로 '찬밥' 취급을 받았던 겁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후 신한은행 남대문지점 창구에서 방문자를 응대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리상승 본격화 속 상품성도 더 개선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IBK기업·대구·부산·광주·경남·수협 등 11개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금리상한형 주담대' 판매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지난 14일 밝혔습니다. 종전에 참여하지 않던 제주은행도 오는 11월부터 이 상품 판매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변동금리 주담대를 이용하는 차주들은 은행에서 기존 대출에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로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절차와 약간의 비용부담을 더해 이자가 급격히 불어나는 위험을 막는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이죠.

기존 상품은 금리 상승 제한폭이 직전 금리보다 연간 0.75% 포인트, 5년간 2% 포인트까지만 인상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직전 대비 금리 상한이 연간 최저 0.45%포인트까지로 낮아집니다.

은행별 연간 금리상승 제한폭은 대구은행이 0.45%포인트로 가장 낮고요. 하나·국민·부산·경남·기업·수협은 0.5%포인트로 잡았습니다. 신한·우리·광주·농협은 종전과 같은 0.75%포인트를 적용하죠.

이 상품 이용시 대출금리에 더해지는 수수료 개념의 가입비용(프리미엄)도 종전에는 0.15~0.2%포인트가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장과 함께 일부 은행은 이를 더 낮췄습니다.

가입 특약 가산금리는 수협이 0.05%포인트, 기업은행은 0.1%포인트고요. 신한·우리·농협의 경우 1년간 한시 면제 후 0.15~0.2%포인트를 더해 이자를 받습니다. 하나·국민·대구·부산·광주·경남은 종전과 같은 0.15~0.2%포인트고요.

금융당국도 이 상품이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것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을 찾아 창구 직원석에서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을 방문자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금융권이 정부 차원의 대책 이외에 자율적으로 취약차주 보호와 부담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제는 이 상품이 실효성을 가질 것이란 기대를 담은 행보였죠.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두 번의 흥행 참패…이번에는?

이 상품은 2019년 3월 처음 나왔습니다.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서서히 시작되던 시기였죠.

당시에는 금리상승폭 제한이 '5년간 2%포인트 이내'로만 적용됐습니다. 해마다 제한을 두는 연간 금리 상한선은 없었습니다.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 시가 6억원 이하 주택 보유 차주만 받을 수 있는 자격조건도 달려있었고요.

하지만 이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과 함께 시중금리는 뚝 떨어졌습니다. 금리 상승기 걱정을 덜어준다는 이 상품이 '존재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된 것이죠. 

재등장한 것은 2021년 7월입니다. 중앙은행들이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푼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시작하자 금리도 상승세를 탔죠. 금융감독원은 이 상품의 이용자 제한을 없애고 상품성도 개선해 은행들에게 재판매하도록 했습니다. 가입자의 소득 및 주택소유 자격을 없앴고, 여기에 연간 상승폭 제한(0.75%포인트)이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한 대출자는 극히 일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1년간 판매액이 1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전언입니다. 지난 5월말 변동금리 주담대(전세자금대출 제외) 잔액이 275조6000억원인 걸 감안하면 2만7560분의 1정도인 거죠. 퍼센트(%)로도 나타내기 어려운 비중입니다.

대출금리가 1년 새 0.75%포인트 이상 급격히 오를 것이란 예상이 흐릿했고, 가입하려면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돼요.  

가입비용을 감안하면 대출금리가 0.9%포인트 이상 올라야 차주가 실익을 볼 수 있는 구조였는데 그런 상황이 올 거라고 미리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종의 '회피심리'도 있었을 겁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은행권은 예상하고 있답니다. 시기적으로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화된 탓이죠. 늘어나는 이자부담에 충격이 큰 이용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겁니다. 요새 '이자장사' 비판을 받는 은행들도 가입비용 면제나 인하 같은 방식으로 금리 부담을 나눴고요.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하루 전 한국은행 '빅스텝'도 있어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이자부담 우려가 커진 시기"라며 "은행들도 자발적으로 조건을 완화한 만큼 금리 부담을 덜려는 이용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금융당국도 부정적인 여론을 줄이는 정책을 짜내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이 상품이 그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여당(국민의힘)이 금융당국에 연장을 주문한 이유이기도 하죠.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금융이자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길 바랍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상품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과연 반길 일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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