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이하 코픽스)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후 신중하게 대출상품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가 11월 코픽스 금리를 공시한 자료에는 이런 조언이 달려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졌는데, 11월 코픽스 금리가 전달보다 크게 상승하면서 현실이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대출 상품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합회 설명입니다.
우선 코픽스 금리는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뜻합니다.
은행들이 대출을 내주려면 돈이 있어야 하죠. 은행에는 정기예금이나 적금으로 돈이 들어오기도 하고, 은행들이 채권 혹은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구합니다. 이때 금리들을 가중평균해서 나온 게 바로 코픽스 금리입니다.
은행들도 금리 부담을 안고 돈을 받은 만큼 이 돈을 대출 차주들에게 빌려줄 때 이 금리를 기반으로 대출 금리를 산출하죠. 즉 코픽스 금리를 반영해 대출 금리가 결정된다는 의미입니다.
코픽스 금리는 다시 △잔액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신 잔액기준 등으로 나뉩니다. 잔액기준과 신규 취급액 기준에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 △환매조건부 채권매도 △표지어음매출 △금융채 등의 금리가 포함돼 산정됩니다.
이 중 잔액기준은 현재 은행이 조달하고 있는 모든 금액을, 신규 취급액은 코픽스 금리 고시 이전 한 달 동안 새로조달한 금액을 기준으로 합니다. 신 잔액기준은 앞선 코픽스 금리 대상 상품에 기타 예수금과 차입금, 결제성자금 등을 포함해 잔액의 범위를 넓힌 기준이고요.
눈여겨볼 부분은 잔액기준(신 잔액기준 포함)과 신규 취급액 기준의 차이입니다.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은행이 조달한 모든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규모가 큰데요. 기간 역시 오래 누적된 것인 만큼 시장금리가 천천히 반영됩니다.
반면 신규 취급액 기준은 최근 한 달 동안 조달한 자금만 산출 대상이어서 상대적으로 시장금리 반영이 빠르죠. 은행이 끌어오는 자금의 금리가 움직이는 것이 곧바로 반영되는 식이죠.
대출을 받았거나 고민하고 있다면 이 부분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동안에는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했던 까닭에 잔액 기준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더 낮았습니다. 적어도 올 8월까지는 말이죠.
이런 이유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를 적용하는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게 시중은행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기왕이면 낮은 금리가 유리하고, 또 금세 금리가 오를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에서죠.
하지만 기준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면서 잔액 기준과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뒤바뀌었습니다. 9월 잔액 기준 코픽스는 1.07%였던데 반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16%로 더 높아진 것이죠. 지난 8월26일에 열린 올해 제17차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0.5%에서 0.75% 인상된 부분이 반영된 때문입니다.
특히 11월 기준으로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전달보다 0.26%포인트 상승한 1.55%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올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입니다. 지난달 25일 기준금리가 0.75%에서 1%로 재차 올랐고 이에 따라 은행들도 수신금리(예·적금 상품 이자율)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니 시장금리 변동성 반영이 빠른 신규 코픽스 금리 기반 대출상품을 이용한 차주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 우려스러운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가 코픽스 금리의 이 같은 특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을 담은 이유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신규 코픽스 금리가 낮아 이용객들이 이를 기준으로 한 대출을 선호했지만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계속 오르면서 신규 기준 코픽스 금리가 잔액 기준 코픽스를 앞지른 상황"이라며 "신규 코픽스는 금리 하락기 때야 유리하지만 지금처럼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 부담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