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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가계대출]①열린 대출 '문', 여전히 높은 '문턱'

  • 2022.01.05(수) 06:10

시중은행, 신년맞아 가계대출 취급 재개
DSR규제 등 문턱 높아…금리도 상승 기조

지난해 말 막혔던 은행권 가계대출의 문이 다시 열렸다. 해가 바뀌면서 금융당국이 정했던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기준이 바뀌자 은행들이 판매를 재개하고 있다.

하지만 문턱은 더 높아졌다. 2억원 이상 고액에는 새로 도입된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면서 기대할 수 있는 대출 한도는 크게 줄었다. 금리마저 상승기로 접어들면서 이자 부담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시 열린 대출 문  

해가 바뀌면서 그동안 가계대출 취급을 중단했거나 우대금리 등을 축소하며 보수적으로 가계대출을 취급하던 은행들이 대출 취급 업무를 다시 재개했다. 

지난해 9월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동참하기 위해 신규 취급을 중단했던 농협은행도 대출을 다시 시작했다. 출범 9일 만에 대출을 접어야 했던 토스뱅크 역시 새해 첫 영업일인 지난 2일부터 대출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우대금리도 다시 부활시키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은 지난해 일부 신용대출 상품 취급 과정에서 배제했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대출로 분류했던 전세대출의 경우 최대 1.0%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새해 들어 대출 문의를 위해 내방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며 "그동안 영업점 별로 정해졌던 한도가 다시 풀린데다가 본부 차원에서 대출 재개 방침이 내려오면서 지난해 하반기 대비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열리긴 열렸는데…지난해와 다른 대출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의 문을 열어두긴 했지만 문턱은 예년에 비해 높은 편이다. 빌릴 수 있는 한도가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금리 역시 상승기로 접어들고 있어서다. 

당장 지난 3일부터 적용된 DSR 규제가 대출 문턱을 크게 높히는 역할을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부터 2억원 이상 대출을 받을 경우 DSR 40%를 적용하기로 했다. DSR은 대출 차주의 연간원리금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4000만원인 직장인이 기존 대출이 없다는 가정 아래 DSR 40%를 만족하는 원리금상환액은 133만원 수준이다.

통상 2억원 이상 빌리는 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기 25년, 금리 3% 수준에 약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종전에는 규제지역의 주택 구매시 LTV 40%가 우선시 됐다. 9억원 이하의 집을 구매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빌릴 경우 3억6000만원까지 대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6000만원 가량이 줄어들게 된 셈이다.

신용대출의 경우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나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였다. 지난해 유행했던 마이너스 통장 1억원과 신용대출 1억원은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DSR의 기준점을 넘어서는 신용대출은 아예 상품자체가 사라졌다.

은행 관계자는 "DSR 도입의 핵심은 기존에 대출이 있는 경우 다른 대출을 받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점"이라며 "과거에는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필요한 금액을 맞추는 '영끌'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모든 업권 대출 원리금상환액이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단순 한도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같은 금액을 빌리더라도 이자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 현재 기준금리는 1.00% 수준이다.

은행이 대출 상품을 취급하며 벤치마킹하는 지표금리도 상승세다. 신규취급액 코픽스 금리는 지난해 5월 0.82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11월 1.55%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따라 은행권 대출 금리도 상승했다. 지난해 1월 상단이 3.0% 수준이었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4.60~5.00%선까지 1%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 관계자는 "대출 취급이 다시 재개되기는 했지만 한도는 줄어들고 금리가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대출 더 힘들다

은행권에서는 하반기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7월부터는 2억원 이상의 대출에 적용됐던 차주별 DSR 규제가 1억원 이상 대출로 확대된다.

DSR 40%는 같지만 기준금액이 낮아진다. DSR이 연간소득을 분모로 하기 때문에 소득이 낮다면 고액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올해 6월까지 1억9000만원까지 대출을 빌릴 경우 DSR 40%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신용점수 등이 높을 경우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7월부터는 1억원 이상에 DSR 40%가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전만큼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다.

추가 금리인상도 대기중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조정하겠다"며 이를 예고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총 두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50%까지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 여신관리본부 관계자는 "고액의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 변동금리 상품을 받은 이후 차후 혼합형(고정금리)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목돈이 생길 경우 신용대출 등 변동금리 대출 상품을 우선적으로 갚아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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