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금융권의 가계대출 기조는 '옥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이런 기조가 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장 큰 변수는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다. 그 결과에 따라 가계대출에 대한 정부 정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내놓은 금융권 대출관련 공약중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입장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에 따라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수도, 반대일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취약계층에 대출 문 열겠다…이구동성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내놓은 금융권 대출 관련 공약 중 공통점은 금융취약계층에게 금융의 문턱을 더욱 낮추겠다는 점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금융관련 공약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기본대출'이다. 2030세대에게 1000만원을 장기간 3% 이내 금리로 신용점수 등에 상관없이 대출해 주겠다는 것이 공약의 핵심이다.
재원은 '기본저축'이라는 제도를 마련해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수신상품을 만들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즉 은행의 기본 영업 행태인 여·수신 역할을 국가가 나서서 하겠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학자금 대출의 대상, 만기, 한도, 상환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이 이재명 후보 대출 공약의 핵심이다. 종합하면 금융 접근성이 낮은 청년 세대와 소상공인에게 대출 접근성을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 역시 비슷하다. 소상공인을 위해 생계 대출을 확대하고, 보증기관이 보증하는 금액을 50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이다. 소상공인에게 돈을 더 풀겠다는 얘기다.
윤석열 후보만의 공약은 지난해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한 '저신용국민 은행대출금 상환후 금리정산 정책'이다.
이 공약은 일단 신용점수가 낮은 대출차주가 금융 회사로부터 고금리로 대출을 받았더라도 이를 연체없이 잘 상환한다면 상환완료 시점에 이 차주는 고신용자였다고 판단해 금리를 재산정, 초과분을 되돌려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의 대출 관련 공약을 보면 공통적으로 청년세대나 금융 접근성이 낮은 소상공인들에게 대출 문턱을 낮춰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청년, 중·저신용자 등을 중심으로 금융 접근성이 높아져 현재 상황이 어려울수록 대출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지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방향성 다른 주택담보대출
가계대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서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정반대의 공약을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비필수부동산 대출 만기연장 제한, 부동산 투기 관련 금융 제한 등 부동산으로 투입되는 자금을 더욱 옥죄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전세보증금, 월세보증금 등 실거주자 위주의 대출을 제외하고 다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부동산 투자를 위한 대출 등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은 강한 규제를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은행 여신관리본부 관계자는 "비필수부동산, 즉 실거주용이 아닌 부동산 구매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은 만기를 25년미만으로 제한해 이자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누르는 내용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지금도 강한 규제가 더 강화되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청년 혹은 신혼부부에 한해서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80%까지 완화해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금융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다면 올해 도입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손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DSR 규제가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연장선에 있고 LTV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더불어 청년, 신혼부부, 전세대출자 등 실수요자 대출의 경우 추가 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위해서는 일단 규제지역 해제, LTV 규제 완화 등과 더불어 올해 도입된 DSR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은 정책이 도입될 경우 주택담보대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대출 문턱이 크게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여름 이후 모든 것이 결정된다
금융권에서는 일러야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확실한 스탠스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월 9일 대선이 치러지면 20대 대통령은 오는 5월 10일 취임한다. 이후 내각 구성이 이르면 상반기 중 완료된다고 가정하면 정책 수립에 돌입하는 시점은 여름부터 진행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선 스케줄을 보면 공약 실행을 위한 정책이 확립되려면 최대한 빨리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가 올해 3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순서가 밀린다면 내년 혹은 내후년까지 관련 사안을 이끌어 갈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내각이 어떻게 꾸려지는 지가 중요하다"며 "금융당국 수장의 교체 여부를 떠나 새로운 정부 출범이후 정책방향이 정해지는 만큼 여름이후부터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