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가계부채 총량관리 기준이 다시 시작되는 내년에도 고신용자와 고소득자에 대한 대출을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들에게 중·저신용자 대출을 중심으로 여신 포트폴리오를 꾸리라고 주문한 가운데, 이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카카오뱅크는 2022년에도 고신용자 고객에 대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판매를 재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등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중·저 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 차원
카카오뱅크가 내년에도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을 높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적극 늘릴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까지 전체 신용대출중 20%가량을 중·저신용자 대출(KCB 기준 820점 이하)로 채우기로 했다. 또 2023년까지 전체 신용대출 취급액중 30%로 확대한다. 최종 목표치는 40%이상이다.
금융위의 이같은 방침 이후 카카오뱅크는 적극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왔지만 목표치에는 아직 근접하지 못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지난 1분기 10%에서 지난 10월말 14.6%로 4.6%포인트 크게 증가했지만 목표치인 20%에는 미치지 못한다.
첫달 이자 지원이라는 출혈까지 감수하며 중·저신용자 대출자를 모집해 왔지만 좀처럼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를 키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가 내년에도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판매중단을 연장한 것은 이런 상황과 연결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각 은행들에게 내년 가계대출 잔액 성장률을 5%가량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취급하는 중·저신용자 대출의 경우 가계부채총량관리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을 검토키로 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대출 잔액이 26조원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카카오뱅크가 내년 신규로 취급할 수 있는 신용대출은 약 1조3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에 고신용자 대출을 함께 취급했다가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내년에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 계획을 준수하고 고신용 고객대상 신용대출보다는 중저신용 고객대상 대출 확대를 최우선 순위에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개인사업자 등 포트폴리오 다양화 추진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대출 중단에 따른 대출자산 성장 둔화를 보완하기 위해 대출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에따라 가계신용대출로 분류되지 않는 주택관련 대출비중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먼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전월세보증금대출 취급을 확대하고 내년 1분기중으로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통상 주택담보대출이 대출 건당 규모가 신용대출과 비교해 크고 만기가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신용자 대출 취급 중단으로 인한 대출자산 성장세의 둔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중 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대출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고신용 대출 판매 중단을 이어나가는 대신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 실수요 중심의 대출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