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올해 1분기 해외법인 실적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한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22배 가까운 순이익 증가세를 기록해 두각을 나타냈지만, 카드사 대부분 해외법인 적자를 면치 못했다.
카드사 해외법인은 주로 대출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이 진출해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국내와 달리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거나 금융 인프라가 미비한 신흥국 시장이다. 개인·법인 대상 신용카드 발급 업무를 영위하는 곳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개인소액대출 △할부금융 △리스 등 여신사업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사들은 해외법인 지급보증 규모를 확대해 안정적인 자금 조달 통로를 마련하는 한편 신규 출자를 단행해 자체 자금 조달까지 용이하도록 체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해외법인 실적, 온도차 뚜렷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올해 1분기 해외법인 4곳에서 총 73억37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3억3100만원) 대비 2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신한카드는 미얀마법인이 올해 1분기 6억3400만원의 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지만, 카자흐스탄법인과 인도네시아법인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5%, 49.5% 증가했다. 베트남법인 역시 올해는 32억원 흑자를 거뒀다.
특히 유한회사신한파이낸스는 35억7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3.5% 성장했다. 신한인도파이낸스 역시 12억6400만원의 순이익을 내 전년 동기 대비 49.5% 증가했다.
눈에 띄는 성과는 신한베트남파이낸스의 흑자 전환이다. 지난해 1분기는 52억6900만원 순손실을 냈으나, 올해는 3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다만 미얀마 법인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는 6억3400만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해외에 3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KB국민카드는 12억6700만원 순손실을 냈다. KB국민카드는 태국 법인 KB J 캐피탈에서 71억32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무려 1192%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전체 카드사 해외법인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법인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는 순손실 68억700만원을 냈고 캄보디아 법인 KB대한특수은행도 15억92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우리카드는 우리파이낸스인도네시아가 22억79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1.7% 성장했지만, 투투파이낸스WCI는 미얀마 법인은 군부 쿠데타 영향으로 정치·경제 상황이 악화해 순손실 14억5700만원을 기록하며 발목을 잡았다.
롯데카드의 유일한 해외법인인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은 1분기 순손실 3억900만원을 내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다만 전년 동기(-35억8100만원) 대비 적자 폭을 32억7200만원이나 줄였다. 반면 하나카드는 일본 법인 하나카드페이먼트에서 2700만원 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가 더 늘었다.
자립 환경 조성 '안간힘'
카드사들은 해외법인 지급보증 규모를 늘리거나 추가 증가를 단행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재무 지원을 넘어 해외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일부 법인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급보증을 강화하고 있어 카드사들의 해외사업 확대 의지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해외법인은 설립 초기거나 현지에서 인지도와 신용도가 낮아, 단독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사인 국내 카드사들이 지급보증을 제공하면 현지 금융기관에서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신한카드는 올해 2월 유한회사신한파이낸스에 제공하는 지급보증 규모를 1433억1000만원 늘렸다.
KB국민카드 역시 지난 3월 태국 법인 KB J 캐피탈에 제공하는 지급보증한도를 기존보다 400억원 늘렸다. 4월 이사회에서는 인도네시아 법인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에 제공하는 지급보증한도를 710억원 늘리고, 100억6300만원을 들여 주식 5%를 추가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롯데카드의 경우 롯데파이낸스베트남에 411억4800만원을 신규 출자하고 지급보증한도는 1175억6800만원 증액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 법인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려면 안정적인 자금 조달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며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해외 법인을 위해선 선제적 자금 운영 전략이 요구되는데, 그 일환으로 카드사 본사에서 지급보증 한도를 확대하는 등 안정적인 운영 자금 확보를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