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이란 평가를 받으며 신용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던 인터넷은행(인터넷뱅크, 인뱅)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앞세워 중금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존 은행보다 오히려 높은 상황이다. 금리 인상기에 대출 이자부담을 줄여야 하는 금융 소비자들 입장에선 인터넷은행 대출상품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인뱅 대출금리
금융권에 따르면 일반 시중은행의 중금리 사잇돌대출(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4% 초반에서 많게는 7%까지 형성돼있다.
반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대출 금리는 4.8%에서 최대 14%가 넘는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와 비교해 최대 두 배 이상 금리가 높다.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 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요청에 맞춰 그동안 대출 사각지대에 놓였던 중‧저 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이들이 대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앞세워 중‧저 신용자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시중은행은 엄두도 내지 못할 2% 후반대의 낮은 금리를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시중 은행보다 중‧저 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고, 대출 규모도 크게 늘어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카뱅, 중·저신용자 대출 '성과' 보인다(1월24일)
문제는 이제부터다. 기준금리 인상기조에 접어들면서 대출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은행의 금리 인상 폭이 훨씬 가파른 탓이다.
인뱅 업계에선 시중은행과 달리 중‧저 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아 전체적인 금리 수준이 높다는 입장이지만 일반 신용대출 뿐 아니라 사잇돌 대출 등 중금리 상품 대출 금리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금리만 떼서보면 시중은행보다 높지만 인터넷은행은 고신용자 대출보다는 중‧저 신용자 대출이 많고, 이들에 대한 대출 금리는 높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화 서두른 은행, 밀릴 게 없다
인터넷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오른 것과 동시에 시중은행들의 금리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다.
당초 인터넷은행이 저금리를 앞세울 수 있었던 배경은 시중은행과 달리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어 대출창구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인건비 등 줄어든 비용은 소비자들에게 금리 혜택으로 제공했다.
최근 들어서는 시중은행들도 발 빠르게 디지털화(化) 하면서 모바일 앱 등을 통해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히려 대출 창구를 이용하는 것보다 모바일 앱으로 대출을 받으면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기존에 자신들의 강점을 경쟁자인 시중은행들도 갖추면서 금리 매력도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든 은행들이 디지털화하면서 은행 지점이나 콜센터를 거치지 않고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금리 경쟁력이 약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해 일반 신용기준(KCB‧나이스신용평가) 고신용자도 인터넷은행에선 낮은 등급이 나오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이유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금리가 더 높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