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KT와 디지털 신사업 추진 등을 위해 손을 잡았다. 단순한 사업 협력을 넘어 서로의 지분을 매입까지 하면서 끈끈한 관계로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런데 KT는 계열사인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에 이미 투자하고 있다. KT는 그런 케이뱅크를 두고 수위권 시중은행을 품은 신한금융지주와의 협업을 강화한 셈이다.
케이뱅크를 비롯해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한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이런 덩치 큰 시중은행과 IT 기업 간 협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를 신경쓸 수밖에 없다.
디지털 맞손, 시너지 기대하는 공룡들
KT와 신한은행은 최근 디지털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금융과 IT기술을 접목한 공동 플랫폼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디지털 기업으로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관련기사: '디지털 전환 가속' 신한은행, KT와 손잡았다(1월17일)
이번 전략적 제휴는 단순 MOU(양해각서)를 넘어 서로의 지분을 매입하며 양사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KT의 기존 2대주주인 NTT도코모 보유 주식을 4375억원에 취득하기로 했고, KT 역시 같은 금액의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매입한다.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양사의 결연 수준은 꽤 높다. 협업 대상으로 계열사 케이뱅크가 아닌 신한금융을 택한 것에 대해 KT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신한금융 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과도 제휴‧협력을 강화하면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며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한 성장 뿐 아니라 경쟁력이 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면 누구와도 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역시 KT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로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 역시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보유한 금융 노하우와 KT의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하기 것"이라며 "양사의 지분매입은 업무협약을 넘어 구체적인 사업을 실행하겠다는 것으로 장기간 끈끈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양사의 협력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KT의 자원과 신한지주 노하우를 결합한 신사업 진출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KT 고객정보를 활용한 대체신용평가 개발과 통신결합상품 출시 등도 기대할 만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협력 결과물에 주목
양사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금융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신과 금융 모두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많을 수 있다"며 "신한은 4대 금융지주인 만큼 규모의 경제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어떤 성과가 나올지 관심을 가질만 하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은 더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특히 케이뱅크 입장에선 양사의 협력 사업 방향에 따라 KT와의 관계가 요원해 질수도, 반대로 신한금융과의 협업을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 협력 분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협력 분야는 다를 것으로 본다"며 "사업 방향에 따라 KT와 신한의 협력 사업에 케이뱅크가 참여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T는 케이뱅크의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등 인터넷은행 시장에서 케이뱅크 성장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