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이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선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을 넘어 수요가 가장 많은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으로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도 인터넷은행들이 기업대출도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주면서 영업의 폭은 더 넓어지게 됐다.
다만 인터넷은행들이 기존 은행 수준의 기업대출 시스템을 갖추고 시장에 진입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당분간은 개인대출 영역에 주력하면서 기업대출 역량을 갖춰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업대출, '문'은 열렸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챗봇(채팅로봇)' 기반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출시했다. 22일부터 판매를 시작하며 대출 신청부터 심사 진행과 결과까지 챗봇 대화창에서 확인할 수 있는 비대면 주담대다.
주담대는 가계대출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상품이다.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제출해야 할 필요 서류 등이 많아 비대면 대출이 어려운 상품이었는데, 최근 기존 은행권을 시작으로 비대면 상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도 비대면 주담대 시장에 뛰어들었다. ▷관련기사: 카뱅 주담대 출시…'편리함'·'저금리'로 공략(2월15일)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 상품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최저금리를 3.5%로 낮췄다.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대출 차주들의 갈아타기 수요를 노린 움직임이다.
토스뱅크는 신용으로만 대출하는 비대면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했다.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으로 소상공인에 특화된 심사기준을 반영해 한도와 금리를 산정한다. 실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올 하반기중 개인사업자 대상 소호(SOHO, 자영업자)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 외에도 인터넷은행의 기업대출 시장 진입도 가능해졌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업대출 규제를 재정비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규제를 일반 은행과 동일하게 바꾸고, 기업대출 심사에 필요한 현장 실사와 기업인 대면 거래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업대출 '첫 거래'는 언제
인터넷은행은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 상품에 주력했다. 하지만 자산 규모를 늘리고 이익을 키우기 위해선 대출 상품 다양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인터넷은행들이 올 들어 주담대와 개인사업자 대출 등 새로운 상품을 내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기업대출 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인터넷은행들의 빠른 채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계대출 등을 포함한 개인 대출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기업대출로 변동성을 완충해야 하는 까닭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의 전체 여신중 기업대출 비중은 45% 이상이다.
또 기업대출은 개인대출보다 대출 운용이 복잡해 은행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인터넷은행이 기업대출을 시작하려면 관련 인력 충원 뿐 아니라 시스템을 갖추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선제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대출은 자금목적에 따라 시설자금과 운전자금으로 분류되고, 각 자금별 최대한도가 정해진다. 이 때 개별 기업의 신용등급과 담보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데, 신용등급을 산출하는 방법은 각 은행별로 축적된 과거 데이터와 산업에 대한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한 은행 기업대출 담당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담보냐 신용이냐에 따라 한도를 산출하고, 담보의 경우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비율) 등 정부가 정한 범위 내에서 한도를 정해 대출 운용이 단순하다"며 "반면 기업대출은 신용등급을 산출하는 과정, 개별기업과의 관계 등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축적이 필요해 인터넷은행들이 역량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인터넷은행도 기업대출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대출이 가능한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가 향후 은행으로서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터넷은행 업계에선 이에 더해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 가운데 비중이 높은 보증기관 기업대출을 취급하려면 비대면으로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대출신청은 비대면 방식으로 지원이 되는 반면 보증기관들의 보증사고 접수나 대위변제 프로세스가 여전히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증기관 대위변제 프로세스를 전자화하면 인터넷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시작할 수 있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