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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저축은행]①과거는 잊어라

  • 2022.05.05(목) 06:10

작년 순익 2조 육박…'부실' 이미지와 작별
SBI-중금리, OK-이미지, 웰컴-디지털…BIG3 선봉

'저축은행'이라는 명칭은 몇년전만 해도 불신의 대상이었다. 고금리에 신용등급 하락까지 '최후의 수단'이 아니면 찾아서는 안된다는 뿌리깊은 인식이 박혀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재테크를 하기에는 적당한 금융기관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고 자금도 중·저신용자들에게 알맞은 금리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저축은행 이미지 쇄신이 가능했던 이유와 이를 이끌어온 대형 저축은행들은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짚어본다.[편집자]

저축은행이 달라졌다. 지난해 기준 79개 저축은행들의 자산은 100조원을 돌파했고 1년간 벌어들인 순익만 해도 2조원에 육박한다. 

돈만 잘버는 것이 아니다. 찾는 고객들도 늘어났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거래 고객수가 꾸준히 감소해 500만명을 하회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를 넘어 700만명을 넘어섰다. 머지 않은 시일 내에 거래고객수 1000만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부실 저축은행 사태이후 오랜 기간 찍혀왔던 낙인이 이제는 사라지는 모습이다. 

승승장구 저축은행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1조9654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들이 전국구 영업을 사실상 할 수 없고 은행과 달리 여·수신 외에 사업영역을 늘리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저축은행들의 순익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진 2011년과 그 이듬해인 2012년에는 수천억대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14년부터 서서히 순익이 확대되더니 2017년 들어서는 1조원이 넘는 순익을 올렸다. 올해에는 당기순이익 2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파른 성장세다.

저축은행이 부실사태를 벗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뒤따른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통해 저금리 시절 새로운 재테크 금융기관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은행보다 높은 금리의 예금과 적금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정보가 '금융노마드'족에 의해 퍼지면서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 

그리고 금융당국이 나서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대출이자 간극의 사다리를 놓는 금융기관으로 저축은행을 선택했다. 소위 '중금리대출' 상품의 열기를 불어넣은 것도 저축은행이다. '법정 최고금리'라는 굴레를 이때부터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저축은행들의 발목을 잡아왔던 '부실'의 꼬리표를 때는 이미지 쇄신에 저축은행중앙회와 대형 저축은행들이 적극 나선것도 주효했다.

TV광고 등 마케팅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고 탄탄한 금융기관임을 자처하기 위해 건전성 역시 꾸준히 관리했다. 일부 저축은행의 모기업은 저축은행 사업에 열중하기 위해 모태나 다름없었던 대부업계에서 완전 철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2020년에는 최초로 저축은행 거래 고객수는 700만명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1~2년 내에 저축은행 거래 고객수가 1000만명이 넘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저축은행 BIG3 판을 바꾸다

업계에서는 79개 저축은행 모두 노력한 결과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상 시장 점유율이 높은 대형 저축은행들의 공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모가 크고 가장 많은 순익을 내는 만큼 가장 적극적으로 저축은행업계 쇄신에 노력해왔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SBI, OK, 웰컴 등 저축은행 3사가 이미지 쇄신과 함께 고객 저변을 늘리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상상인, 페퍼 등도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히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SBI저축은행은 저축은행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비대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했다. 2015년 12월 출시한 모바일 중저금리 대출상품 '사이다'가 주인공이다.

사이다는 2015년 기준 6.9~13.5%대의 금리의 대출을 공급했다. 당시 저축은행업계가 대부분 법정최고금리에 가까운 대출을 취급한 것과 비교하면 과감한 시도가 담긴 대출상품으로 꼽힌다.

가장 큰 특징은 당시 무방문·무서류·당일대출이 가능한 '원스톱' 상품이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비대면 대출이 일반적인 대출 방법으로 자리잡았지만 당시만 해도 파격적이라는 평가였다. 이후 SBI저축은행은 모바일뱅킹 앱을 내놓으며 이를 '사이다뱅킹'으로 명명했다. '사이다'대출의 파급력이 그만큼 강했다는 증거다.

OK저축은행은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과거 태권브이를 내세운 TV광고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특히 당시 모태였던 '러시앤캐시가 만들었다'라는 점을 정면으로 내세우면서도 '다른 금융기관'이라는 점을 어필하며 정면돌파하는 수를 뒀다. 이후에는 새로운 OK저축은행의 캐릭터 '읏맨'을 통해 친근감 있는 저축은행의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그동안 저축은행에게는 다가가기 힘들었던 디지털 분야에서 저축은행도 디지털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과거 첫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공고가 났을 당시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합류해 디지털 전환의 의지를 나타냈다.

현재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합류해 토스뱅크의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라는 마이데이터 산업에 나홀로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접근성은 일반 은행보다 낮지만 법정최고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기관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사라지고 있다"며 "수신 면에서는 과거 부실 저축은행 사태의 교훈을 바탕으로 업계가 자정노력을 해 왔고 금리 경쟁력을 갖춰나간 결과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저축은행 예금중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넘는 순초과예금 규모는 1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한동안 저축은행에는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5000만원 이하의 예금은 넣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고액의 예금을 유치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이미지가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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