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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스텝 예고…한은, 보폭 넓힐 수 있을까

  • 2022.05.11(수) 06:10

미 연준, 향후 FOMC에서 0.5%p 인상 예고
가계부채 걸림돌…물가상승에 베이비스텝 넘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일각의 우려였던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은 없었지만 안심할 순 없다. 앞으로 두세 차례 FOMC(연방시장공개위원회) 회의에서 추가 빅스텝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들어 이미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통화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 추가 인상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급증한 가계부채 부담은 물론 '경제 성장'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가 본격 출범함에 따라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보폭을 넓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미 금리역전 우려 확대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는 0.75~1%로 이전보다 0.5%포인트 인상됐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향후 두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검토돼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에선 앞으로 두차례 정도 빅스텝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6월 예정된 FOMC에서 빅스텝이 이뤄지면 미국 금리는 1.25~1.5%로 상단이 우리나라 기준금리(1.5%)와 같아진다. 이후 연준이 연이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국내 기준금리와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로 유입됐던 해외 자금이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 대비 위험도가 높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금리마저 낮아지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까닭이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할 수 있고, 이는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할 때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해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2018~2019년에도 한미 금리가 역전된 기간이 있었지만 우려와 달리 급속한 외화유출은 없었던 경험도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은 이르면 이달 26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늦어도 7월에는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수진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은 금리인상 파급효과와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경기하방 위험을 감안해 이달 금통위에선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7월에 인상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5월 금통위 직전 발표되는 기대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 물가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두달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부담' 베이비스텝 넘어설까

미국 연준은 지속적으로 통화긴축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미 예고된 두 차례 빅스텝 이후 하반기 FOMC에서도 금리를 지속적으로 0.25%포인트씩 인상한다면 연말 기준금리는 2.5~2.75%로 높아진다.

이에 맞춰 한국은행도 남은 금통위(5월 금통위 인상 가정 포함)에서 모두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이어갈 경우 연말에는 2.75%로 미국 금리 상단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관건은 물가 불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로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연준이 예상보다 많은 빅스텝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물가 상승 위험을 예의주시하며 이에 대한 대응을 시사한 까닭이다. 이렇게 되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된다.

하지만 한은 입장에선 미국 연준 움직임에 대응해 빅스텝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남은 금통위에서 모두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은 물론 저금리 기간에 '영끌'(영혼까지 끌어온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까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1862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향후 대출금리 상승과 금융지원‧완화조치 정상화(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등으로 가계 채무상환부담이 크게 증가할 경우 소득여건 개선이 더딘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실제 가계대출 취약차주의 경우 연체율이 대출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취약차주 연체율은 과거 금리하락기에는 1.85%포인트 하락한 반면 상승기에는 1.9%포인트 올라 하락보다 상승폭이 더 컸다.

코로나 금융지원으로 취약차주 비중은 다소 줄고 있지만 잠재 취약차주 비중(작년 말 기준 16.8%)은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등으로 소득여건이 악화되면 이들이 취약차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금리 인상이 경제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윤석열 정부는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통한 복지 확대 등을 강조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3%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며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GDP가 시장 전망과 비교해 긍정적이었지만 수입물가를 감안하고 내수 역성장 기조가 발생하는 등 현실을 보면 통화당국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수출입물가 확인을 통해 성장률에 기여할 수 있는 무역수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가 늦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7~8월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빅스텝을 결정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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