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주요 금융공약인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됐다. 청년 자산형성을 위한 청년도약계좌도 내년 예산안에 담기며 신호탄을 알렸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당초 목표였던 '10년 1억'에서 '5년 5000만원'으로 규모가 축소됐다. 청년희망적금에서 봤듯이 청년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세부방안을 촘촘하게 세우지 않으면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시작과 함께 금융권 '줄 세우기'라는 비판과 함께 좀 더 세심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이 공시 초반에는 대출금리 인하 등에 나서며 효과를 보고 있지만 장기간 이어지기에는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쪼그라든 청년도약계좌, 차등지원 세부방안 주목
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 기여금 지급대상은 만 19~34세 청년(병역이행기간 연령 계산시 미산입) 중 개인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가 될 전망이다.
올초 출시했던 청년희망적금을 비롯해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등 기존 청년금융상품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 더 많은 청년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공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제시했던 것에 비해 지원 규모는 절반으로 줄었다. 윤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청년도약계좌(당시 청년장기자산계좌)는 가입 기간 최대 10년 동안 1억원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 상품만기는 5년, 월 납입액 40만~70만원으로 정부매칭 최대 6%가 적용된다. 현재 시장금리 등을 감안하면 만기 시 최대 5000만원 정도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관련기사: '연소득 6000만원까지' 청년도약계좌 내년 선뵌다(8월30일)
금융위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 사례를 감안해 300만명 정도를 지원하겠다는 구상 아래 예산을 편성했다"며 "만기를 5년으로 한 것은 정부 집권 기간과 청년들이 상품가입을 유지하기에 5년이 유리하다는 부분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과 규모 등 대략적인 숫자는 제시됐지만 세부방안은 아직 미정이다. 금융권 협의와 국회 예산심의 등을 거쳐 금리 수준 등이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차등지원이다. 인수위가 그린 청년도약계좌 운영 계획에는 지원 대상자 중에서도 소득수준을 고려해 지원수준에 차등을 두겠다는 내용이 담긴 까닭이다.
청년도약계좌 정책 구성에 참여했던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인수위 경제1분과 인수위원)은 인수위 시절 청년도약계좌에 대해 "공약이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지원"이라며 "지원 시 (청년)소득 뿐 아니라 가구소득 등을 자세히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금융상품은 지원 대상을 두고 항상 논란이 발생했다"며 "청년도약계좌는 차등지원이라는 점에서 구간과 구간에 따른 지원 수준을 어떻게 나눌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만큼 청년희망적금보다 더 많은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며 "상품의 금리 수준과 은행별로 금리 선택 자율권을 줄지 등 촘촘한 세부방안이 마련돼야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대금리차 공시, 미세조정 필요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도 금융권 비판의 중심에 섰다. 단순 금리차 비교로 인해 은행 '줄 세우기' 수준에 머문 탓이다.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공시 후 표면적인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수신금리(예‧적금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조달비용 증가에도 '이자장사' 비판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으로 금리차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의 정책 효과는 나타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은행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장기화하기는 어렵고, 중저신용자 대출과 햇살론 등 서민금융 지원 특성을 감안한 예대금리차 공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미세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관련기사: 억울한 인터넷은행? 한은 가중평균과 예대금리차 커(8월31일)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예대금리차를 축소하는 것은 정부 눈치를 보는 것도 있고 대출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금리 경쟁 차원도 있다"며 "하지만 은행들도 주주사인 점,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재정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예대금리차 축소를 위해 마냥 대출금리를 낮출 순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