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치솟으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커졌다. 외화로도 자금을 운용하는 은행의 특성상 달러/원 환율의 급등으로 외화 자금운용에 대한 변동성이 커져서다.
특히 은행 외화 자금운용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화대출 리스크가 가장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은행들은 외화대출에 대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방침이지만, 금융당국이 이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7.1원 오른 1433.3원으로 마감했다. 1420~1430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연내 1500원 돌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고있다.
달러/원 환율이 치솟자 은행들이 당장 고민에 빠진 부분은 외화대출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KB국민은행 21조8287억원, 신한은행 19조1227억원, 하나은행 24조5203억원, 우리은행 18조59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각 은행들이 운용하는 총 자금중 규모로 따지면 4% 수준에 불과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올들어 4대 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의 상승세가 크게 가팔라졌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연간 증가액을 올해에는 반기만에 달성했다. 다만 이는 대출수요 증가보다 외화대출을 원화로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에 따른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는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이후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 외화대출 자산은 더욱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 취급시보다 현재의 원화 가치가 낮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출 총자산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서 외화대출 자산 증가는 이자수익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호재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담이라는게 은행들의 반응이다.
외화 대출은 이자 역시 외화, 즉 달러로 받는데 현재 달러의 가치가 너무 상승했고 금리도 오르고 있어 대출 자체의 리스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자를 위한 달러 환전시 내야하는 원화가 많아졌고, 금리도 상승해 원화대출 차주보다 부담이 커졌다는 얘기다.
외화대출 상당수가 기업대출이라는 점, 그리고 최근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도 고민을 키우는 지점이다. 자칫 기업들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이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면 외화대출 리스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현 상황에서 외화대출 증가는 오히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화대출 자산 증가로 외화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을 맞춰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은행은 약 1개월간 외화가 순유출된다고 가정했을때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외화 현금화자산(고유동성 자산)을 일정수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대출자산이 늘어나면 외화 LCR비율 산정시 분모가 증가하기 때문에 필요로 하는 현금화자산 규모도 늘어난다. 통상 은행들은 직접 외화를 사들이거나 외화예수금을 적극적으로 늘려 대응한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이 역시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요 4대 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100%를 모두 맞추고 있다"며 "다만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를 하회할 가능성을 배제할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화자산을 늘리는 작업도 진행중이지만 달러강세가 심하다 보니 외화자금 유출 속도가 더 빠르다"라며 "외화대출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집행하려고 해도 금융당국이 외화유동성 적시 공급 요청을 하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최근 금융당국은 강달러로 인해 외화대출과 무역금융 등이 위축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달러 강세로 인해 수출입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공급받지 못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줄이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