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로 국내 경제가 시름에 빠지면서 경기침체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크게 후퇴했을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한국은행은 오는 27일 2022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를 내놓는다. 경제성장률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경제지표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각각 0.6%, 0.7% 성장(전분기 대비)하면서 0%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민간소비가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의 장기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경제의 허리인 수출과 수입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3분기에는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아 역성장을 기록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3분기 국내의 상황을 짚어보면 한국은행의 5연속(4월, 5월, 7월, 8월, 10월)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여전히 5%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가계와 기업 모두 지갑을 쉽게 열기 어려워져 소비가 회복세가 더뎌졌을 가능성이 높다.
대외 여건은 더욱 고됐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인한 전세계 금융시장 불안 등이 고스란히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는 수출과 수입의 둔화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관세청은 지난 21일 연중 무역수지 적자가 33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아울러 월별 무역수지를 점검해도 외환위기(1997년)이후 처음으로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3분기 GDP는 전기대비 0.1%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경기 부진으로 인한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유지하느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한 '빅스텝' 배경에 대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지만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기준금리를 내년 1분기 안에 3.5%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달 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차례 추가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수면위로 급부상한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5%포인트 인상이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 결정이 아니었다"라며 "금통위 의사록이 나와봐야 알겠으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음달 빅스텝 여부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