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 계열로 넘어온 KDB생명(옛 금호생명)이 재매각에 나선다. 2014년에 두 차례, 2016년과 올해 4월 각 한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였다. 강석훈 회장이 지난 6월 취임 뒤 자산 효율화 고삐를 죄고 있는 산업은행이 이번에는 매각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사모펀드 KDB칸서스밸류PEF는 28일 KDB생명보험 매각 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이 PEF는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업무집행 사원이지만, 실질적으로 KDB생명이 경영권을 쥐고 있다. 산은이 재매각 절차를 공식 개시한다는 의미다.
PEF는 KDB생명 매각을 위해 주간사 삼일회계법인을 비롯해, 한영회계법인(재무), 밀리맨(계리) 법무법인 광장(법률) 등의 자문사를 선임했다. 밀리맨(Milliman)은 세계 최대 보험계리 자문사다. 자문단은 지난 달 13일 첫 회의를 갖고 실사 등 매각 준비작업을 해왔다.
13년째 산은 품에 있는 KDB생명은 지난 2014년 DGB금융지주, 한 사모펀드 등으로 매각될뻔 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2016년에도 중국계 자본이 인수하려다 불발됐다.
가장 최근에는 산은이 MG손해보험 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에 팔려 했지만 지난 4월 계약이 깨졌다.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JC파트너스도 대주주 변경승인 요건을 잃어서다. 이로부터 7개월이 지나 산은에서의 5번째 재매각에 나서는 것이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대표적인 구조조정 실패 사례로 꼽힌다. 전임 이동걸 회장은 퇴임 직전인 지난 5월 KDB생명 매각 실패를 두고 "산은에 떠넘기기 해서 들어왔는데, 이처럼 일방적 책임전가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산은은 생명보험과 전혀 관계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잘 관리 할 수 없었고, 그 당시(금호그룹 구조조정 때) 현장 매각처리하는게 맞는 방법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산업은행 떠나는 이동걸의 소신, 뒤끝 그리고 변명(5월2일)
윤석열 정부로 바뀐 뒤 후임으로 온 강석훈 회장은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한 '신속한 매각'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로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넘긴 것처럼 적극적으로 KDB생명 인수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DB생명은 금리 상승 속에 실적은 최근 안정됐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이 변수다.
KDB칸서스밸류PEF는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 전량 매각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 다만 경쟁력 강화를 전제로 인수자의 자본확충(신주인수 등) 방식 등도 열어두고 원매자 측과 유연하게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 PEF 측은 "향후 일정은 시장 상황이나 잠재인수자와 협상 등에 따라 유동적"이라면서도 "내년 1분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어 2분기 거래종결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PEF의 업무집행사원으로서 잠재인수자와 유연한 거래구조 협상 등 매각 성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