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의 새 주인찾기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매각 컨설팅을 진행하는 가운데 차질없이 매각이 추진되면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위한 경쟁당국 승인 등은 3분기내 결정될 것으로 자신했다.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인 KDB생명의 시장에서 매력도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취임 후 최대 과제인 본점 부산이전에 대해선 노조가 원하는 이전 추진 취소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이전 방안에 대해선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2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업 구조조정 진행 상황과 본점 부산이전, 자본확충 계획 등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기업 구조조정 속도전…자본확충 의지 내비쳐
강석훈 회장은 취임 1년의 성과로 기업 구조조정을 1순위로 꼽았다. 쌍용자동차를 KG그룹에 매각하고,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으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경영권을 넘겼다.
강 회장은 "KG모빌리티(옛 쌍용차)는 신차 흥행을 발판으로 올해 흑자전환을 이뤄냈다"며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자본확충을 통해 부족자금 대응과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져 획기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질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 2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해운사인 HMM을 비롯해 KDB생명 등의 매각이다.
특히 이날 강석훈 회장은 HMM에 대해선 인수 의향자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현재 매각자문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접촉하고 있고 이르면 연내 SPA 체결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강 회장은 "HMM 인수를 통해 해운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경영능력도 수반된 주체가 인수하기를 기대한다"며 "(일정은)현 단계에서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지만 주식 인수에 관심있는 기업이 있다는 점은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KDB생명도 산업은행이 신종자본증권 차환발행분 2160억원을 전액 매입하는 등 가용자본 관리가 용이해져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했다.
제동이 걸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큰 이변이 없다면 경쟁당국 승인을 얻고 합병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두 항공사 합병은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경쟁당국의 승인이 남았는데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
이에 강석훈 회장은 지난 달 미국 법무부(DOJ) 차관을 만나 합병 승인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대우조선 끝났더니…' 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변수 골치(5월25일)
강 회장은 "합병 무산을 대비한 플랜B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올 3분기 안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은이 HMM 매각 등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까닭이다. 산업은행의 BIS비율(자기자본비율)은 2020년 말 15.96%에서 올 1분기 13.11%로 하락했는데, 한국전력의 적자로 인한 영향이 1.95%포인트에 달한다.
이에 더해 HMM 주식 가치 변동에 따라 산업은행 BIS비율이 0.07%포인트 가량 영향을 받는다는 게 강 회장 설명이다.
강석훈 회장은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높여 자본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한전뿐 아니라 HMM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도 크다"며 "HMM주가가 1000원만 떨어져도 1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공급여력이 감소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려면 HMM 매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산업은행은 향후 정부의 배당정책과 배당금액 결정시 정부·국회와 충분히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이전은 '도돌이표'…이전 취소할 위치 아냐
강석훈 회장은 취임과 함께 본점 부산이전이 최대 과제로 꼽혔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으로 현재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산업은행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직원들의 반대가 만만찮은 까닭이다.
특히 강 회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며 서로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자신은 정부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입장인데 반해 노조에선 부산이전 취소를 강요하고 있다는 게 강 회장 입장이다.
강석훈 회장은 "부산이전을 산업은행 재도약 기회로 삼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고 싶지만 직원들은 '부산에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며 "(나는)부산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이전을 위한 명분 역시 기존에 발표한 동남권 경제 부흥과 경제 재도약 등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부산이전 최대 과제인 산업은행법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이달중 마무리되는 '지방이전시 산은의 역량 강화방안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이전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강석훈 회장은 "부산이전이 산은 기능을 축소하고 다른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역할에 지역 성장이라는 역할을 추가하는 것"이라며 "본점 전체 이전과 일부 기능을 제외한 이전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