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구 신한은행장이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리며 임기를 시작했다. 시중은행으로는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모바일뱅킹·인터넷뱅킹 수수료 면제 카드를 내걸면서다.
이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등 일부 서비스 '무료'를 내건 금융회사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한용구 행장은 이는 신한은행의 디지털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봤다.
이와 동시에 내년 중요 경영계획으로는 취약차주 지원을 꼽았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취약차주들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신한은행이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30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이후 주요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한용구 은행장 "디지털 핵심 가치로"
이날 한용구 행장이 내건 핵심 가치는 '디지털 경쟁력' 이었다. MZ세대가 점점 은행의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앱 접근성을 낮추는 등 디지털 부문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한 행장은 "몇달 전 은행 앱 '뉴쏠'이 출시됐을 당시 MZ세대 외에도 많은 고객들의 앱 접근성을 낮추는 노력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논의를 했다"라며 '열광할 수 있는 콘텐츠' 대신 고객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무언가'가 필요했다는게 한 행장의 설명이다.
이에 한용구 행장이 꺼낸 카드는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의 수수료 전면 무료화다.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펼치긴 했지만 시중은행으로는 첫 도전이다.
시중은행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일간 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 비이자이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한 행장은 "그동안 우리가 이익을 많이 냈으니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면제를 시키자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그간 많은 임원들의 반대가 있었다"라며 "재무 쪽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후보가 바라던 방향이었고 저 역시 적극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내년중 신한은행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에서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BaaS를 꼽았다. BaaS는 Banking as A Service를 줄인 약어로 '서비스형뱅킹'을 의미한다. 은행은 간판을 숨기고 은행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타 업권의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한은행이 더존비즈온과 손잡고 내놓은 기업금융형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 신한은행-더존, 중소기업 '외상 현금화' 합작사 세운다
한용구 은행장은 "디지털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도달해야할 은행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 은행'"이라며 "BaaS 형태로 기업, 기관과의 연결을 확대하고 일상에 스며드는 금융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보다 중요한 '사회적 역할'
이날 한용구 행장이 강조한 또다른 것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었다.
한 행장은 내년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으로 인한 파고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취약 차주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이들이 연착륙 할 수 있는 방안을 은행이 정부보다 앞서 고민하겠다고 했다.
한 행장은 "내년에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건전성 관리 이슈가 부각될 것"이라며 "충당금 문제보다 취약 차주에 대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지원 조치를 통해 연착륙 되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 부실화가 본격화로 인한 충당금 적립 등 재무적인 이슈보다는 이들이 빚을 잘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게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 이 시기만 넘기면 회생이 가능하나 현금 흐름이 안 좋아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을 어찌 지원할 지 고민중"이라며 "보증기관 출연료 증가,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등 우리가 해야 할 부분 외에도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한용구 행장은 임기기간 동안의 숙제로 △고객중심 경영 △내실 성장 △ESG 실천 강화 △소통 신뢰문화 등을 꼽기도 했다.
한 행장은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승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과 사회에 희망을 주는 은행, 직원 모두가 자부심을 갖는 은행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