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3년 만에 내부 출신 행장을 맞았다.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은 첫 출근부터 노동조합에 가로막히는 등 순탄치 않았던데 반해 김성태 신임 기업은행장은 순조로운 첫발을 내디뎠다. 내부 출신 국책은행장으로 금융권 관심을 받는 것은 물론 내부 직원들의 기대도 적잖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은행 '원샷 인사'가 예정돼 있어 김 행장이 어떤 색깔을 내보일지 이목이 쏠린다.
'정책금융' 역할 강조한 김성태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지난 3일 취임식을 갖고 27대 은행장으로 공식 부임했다. 윤종원 전 행장이 노조로부터 낙하산 인사로 점찍히며 27일 동안 출근하지 못하다 우여곡절 끝에 출근한 것과 비교하면 무난한 시작이었다.
김 행장은 취임사에서 경영철학과 방향에 대해 '가치 금융'을 내세웠다. 중소기업금융이라는 핵심 가치를 지속 강화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은행과 자회사가 함께 경쟁력을 높이는 '융합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특히 김 행장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기업은행'을 강조했다. 그는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 위기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위기극복과 미래대응 지원으로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금융당국의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종전보다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은 상태다. 정부는 초격차산업 육성 등을 위해 올해 205조원의 정책금융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인데 기업은행은 KDB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자금 공급의 주축 역할을 맡았다.
또 중소기업 경영난 해소를 위한 자금공급 계획에도 기업은행이 포함돼 있다. 기업은행은 16일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총 18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 7조원 △혁신산업 육성과 창업·벤처기업 성장 촉진 지원을 위한 특별자금 11조원 △IBK재창업지원대출 1000억원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재기지원 6000억원 등이다. ▷관련기사: 중소기업 경영난 해소에 '80조 정책금융 보따리'(1월11일)
'원샷 인사'에서 어떤 색깔 보일까
노조 역시 김 행장의 구상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김 행장이 취임사에서 건전한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공동 프로젝트' 운영 계획을 밝힌 것 역시 노조 입장에서 고무적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비이자 수익상품 판매 등 불필요한 과당 경쟁에 내모는 것이 아니라 금융 공공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 달라는 게 직원들 요구"라며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 지원 등 기업은행 본연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오는 17일 내부 5급 직원부터 부행장과 전무이사 등에 이르는 전 직원 대상 '원샷'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김 행장 취임 후 첫 인사인 만큼 그의 조직 색깔을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관심이 쏠리는 인사는 전무이사 자리다. 김 행장이 전무이사를 거쳐 내부 승진을 통해 행장이 된 만큼 차기 수장을 가늠할 수 있는 요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전무이사 등 등기 임원은 행장 제청 후 금융위원장 임명 절차를 거친다. 김 행장이 제청한 인사가 전무 자리에 오른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원샷 인사에서 전무이사 등 임원 인사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기업은행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신임 행장의 경영 철학은 구체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샷 인사에 전무이사까지 임명까지 포함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