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위해 8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보따리를 푼다. 혁신기업의 성장동력을 뒷받침하고 취약기업을 경영정상화하는 것도 목표로 삼았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이른바 '3고' 대응에만 23조여원의 지원자금을 책정했다. 은행권에도 자체적인 중소기업 지원 방안 마련을 주문해둔 상태다.
금융위원회와 중소기업벤처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외여건 악화로 올해 중소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 경기가 위축되면서 유망 창업기업 등 잠재력이 있는 혁신기업조차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정책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도 이번 방안의 배경이 됐다.
금융위가 50조원, 중기부가 30조원 규모로 지원안을 내놨다. 큰 틀에서 '중소기업 경영애로 극복'에 22조8000억원, '혁신기업 경쟁력 확보'에 52조3000억원, '취약기업 경영정상화 지원 강화'에 8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3고 대응 가운데서는 고금리로 이자상환부담이 늘어난 중소기업의 금융이용부담을 더는 데 15조400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상반기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 등의 신규보증 보증료율을 0.2%포인트 인하하는 안 등이다. 작년 내놓은 금리를 변동-고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 공급도 내용에 담았다. ▷관련기사: 반년마다 '고정-변동' 금리 택하는 기업대출 나온다(2022년 8월8일)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돕기 위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도 신보 5000억원, 기보 2000억원, 중진공 2000억원 등으로 배정했다. 2021년 이후 설립된 창업초기 중소기업에는 우대보증부 대출로 금리를 최대 1.5%포인트 감면해주기로 했다.
고물가로 인한 원자재 가격·임금 등 비용부담증가에 대응하는 데도 6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납품단가연동제를 실시하는 위탁기업에 금리가 1%포인트 낮은 특례대출을 공급하고, 중소기업에 우대조건의 자금을 최대 1.5% 낮게 지원한다.
고환율 방어를 위한 수출기업 성장단계별 우대보증과 수출실적에 따라 우대금리 자금을 지원에도 9000억원을 책정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혁신기업 성장 지원 가운데는 미래혁신산업분야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분야에 우대자금을 공급하는 데 16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해당 분야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반도체·배터리 등 제조업 혁신 △컨텐츠·물류 등 유망서비스업 △정책금융기관들이 공동으로 정한 혁신성장 기준 △10대 초격차 분야 △12대 국가전략기술 등이다. 사업전환·재편, 국내복귀(Re-Shoring), 스마트화 추진 중소기업에도 설비투자·운영자금을 공급한다.
성장잠재력 있는 창업·벤처기업이 혁신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하는 데도 29조7000억원을 쓴다. 아울러 재무성과나 담보 중심의 여신공급을 보완해 기술력 등 혁신역량에 기반햐의 자금 공급에 6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경영악화 중소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속금융지원·워크아웃기업 등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확대에 4조1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또 신용위험평가와 무관하게 채무조정, 재창업 자금공급 등 재기 지원에도 4조8000억원을 공급한다.
정부는 모든 프로그램을 올해 1~2월 중 시작해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신속하게 풀겠다는 방침이다. 집행상황을 봐가며 공급확대 등 추가지원도 검토키로 했다. 금융위와 중기부는 이날 서울 양천구 소재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위기극복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한 시기"라며 "은행권에서도 중소기업을 위한 자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가 각각의 정책금융기관 역량을 모아 종합적인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처음있는 사례"라며 "오늘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