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을 바라보는 금융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만성 적자를 이유로 실손의료보험료(실손보험료)는 크게 올리고, 자동차보험료는 찔끔 내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 등이 줄지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DB손보는 오는 31일 기본급의 5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이는 연봉(2021년 기본급 기준)의 41%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초에도 DB손보는 연봉의 33%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연봉의 36%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높은 44%의 성과급을 챙겨줬다. 메리츠화재와 현대해상은 3월까지 성과급 지급이 완료될 전망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임직원 연봉의 40%와 20%를 각각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며 올해는 최소 예년과 같거나 그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대형 손보사들의 성과급 잔치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서 비롯됐다. 아직 작년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3분기까지 이들 손보사 4곳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3조145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조5700억원 대비 22.4%(5759억원) 늘어난 수치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메리츠화재 모두 지난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별도 기준, 나머지는 연결제무재표를 기준으로 했다. ▷관련기사 : 손해보험 '빅5' 3분기만에 작년 전체보다 더 벌었다(2022년 11월 13일)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만기가 2년 이상인 장기보험 손해율 동시 하락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흑자가 날 전망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 5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0.2%로 전년(80.3%)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이들 5개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업계가 주장하는 손익분기점인 손해율 80% 범위안에 들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2년 연속 흑자가 예상된다. 여기에 실손보험을 포함한 장기보험 손해율도 개선됐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손보사에서 골칫덩이로 여기던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 심사 강화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른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손보사들은 만성 적자를 이유로 매년 실손보험료는 크게 올리고, 자동차보험료는 찔끔인하하며 생색만 내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관련기사 : [보푸라기]'실손보험료 폭탄' 고지서 또 받는다(2022년 12월 24일)·자동차보험료 2%대 인하?‥손보 빅4 '눈치보기'(2022년 12월 13일)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손해는 보험료를 올려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이익은 임직원이 나누어 갖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소비자 배신 행위"라고 지적했다.
손보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보험사도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라며 "지난해 거둔 순익에 대해서는 주주들과 직원들에게 환원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항변했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성과급은 임직원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지급하고 있다"며 "순익을 많이 낸 만큼 고객중심 서비스 개선이나 상품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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