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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지방은→시중은행?'…정작 업계는 '떨떠름'

  • 2023.03.09(목) 07:21

은행권 개선 TF서 저축은행‧지방은행 전환 논의
규모 차이 커 경쟁 가능성 ↓…규제 완화가 우선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을 제1금융권인 지방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이 일반 은행 인가 요건을 갖춰 전환을 신청하면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저축은행‧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규모 차이가 커 업계 입장에선 이점이 없고, 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지방은행 → 시중은행…"규제 완화가 우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저축은행이 자본금과 지배구조 등 시중은행 인가요건을 충족후 신청시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이 가능해지면 은행 수 증가로 은행산업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의 은행 선택 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 저리로 신규대출 취급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지역경제 침체 및 지역민 충성도 하락 등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지방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수도권 진출이 활발해지고 은행권 경쟁도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규 시중은행의 진출에 따른 부작용과 현실적인 장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단순히 은행 숫자가 늘어나면 영업 경쟁만 부추길 뿐 시중은행 과점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에 지방은행(저축은행 전환)이 추가로 들어서면 역내 금융기관 전반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지방은행들조차 거점지역내에서 높은 경쟁에 치여 존재감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생 은행이 지역민들에게 어필할 만한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실무회의에서도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에 저축은행 등이 추가로 진입하게 되면, 역내 금융기관 전반의 수익성‧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지방은행 은행권 점유율은 총여신 7.5%, 총수신 8.0%, 총자산 6.8%로 최근 5년새 각각 1%포인트 가량 줄었다. 지방은행들은 60%로 책정된 중소기업 대출 공급 기준에 따라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공급 기준 완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거점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도시에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면서도 "당장 지방은행들이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 대출 공급 기준 완화 같은 현실적인 규제 완화"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 지방은행…"현실성 없어"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지방은행 전환도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서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전환한다는 건 너무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며 "만일 규제를 완화해준다고 해도 (지방은행으로의 전환을) 소화할 수 있는 회사가 몇 개 없어 신청 회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산(금융·산업) 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은 일반은행과 지방은행 지분을 각 4%, 15% 넘게 보유할 수 없다. 저축은행의 경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동일인 주식 보유 한도 규제도 시중은행은 10%, 지방은행은 15% 등 차이가 있어 이를 맞추려면 보유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 이런 대주주 적격성, 비금융주력자 한도 등 요건 충족을 맞출 수 있는 저축은행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저축은행 업계의 설명이다.

대형 저축은행을 제1금융으로 전환하면 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노출되지 않게 하는 마지노선 같은 금융기관"이라며 "만일 대형 저축은행들이 지방은행으로 전환되면 저신용자들은 더욱 갈 곳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방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을 맞추기 위해 저축은행도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제반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무리하게 진행할 경우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악화 또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역시 제1금융권인 지방은행으로의 전환보다는 '규제 완화'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은 이미 전국을 6개 구역으로 나눠서 각 지역내 가계·기업에 의무적으로 40%(수도권은 50%) 이상 대출을 공급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다. 영업구역내의 대출이 줄어들면 다른 지역 고객의 신규 대출 신청을 더 받지 못하는 구조다.

또 저축은행 업계는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 규제도 저축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는 영업 구역이 다른 저축은행끼리는 합병할 수 없고, 한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갖지 못한다. 이 규제를 완화해 저축은행이 영업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나선다고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가 깨질 것 같지 않다"며 "저축은행이 가지고 있는 서민금융기관이라는 특성을 잘 살릴 수 있게 규제 완화를 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단순히 은행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교 교수는 "이미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체급 차이가 너무 커 지금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가 깨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지방은행의 건전성 문제만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1금융권인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이 더 현실성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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