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격차로 벌어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 속에 한국은행이 8월 통화정책 결정을 10여일 앞두고 있다. 그 향방을 두고 관심은 다시 미국으로 쏠린다.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은으로서는 인상 압력을 덜게 되는 것이라서다.
이번 주에는 미국 통화정책 결정의 가장 큰 배경이 되는 물가지표가 얼마나 안정세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9일(현지 시각) 발표한 미국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로 시장 전망치(3.3%)를 밑돌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7월 소비자물가는 물가 압력의 점진적 둔화 추세를 재차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며 "무엇보다 미 연준의 9월 추가 금리인상 불확실성 해소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7월 소비자물가 지표에 주목되었던 것은 근원 소비자물가였는데 일단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켜 줬다"며 '미 연준이 원하는 2%대 물가 수준에 완만한 속도지만 점점 다가서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수치"라고 덧붙였다. 실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는 6월에 전월 대비 0.2% 증가한 데 이어 7월에도 전월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채현기 흥국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월 FOMC 회의에서의 금리 전망 점도표 상의 최종금리 레벨(5.50~5.75%)까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연준 다음 FOMC 회의에서의 금리동결 가능성은 9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해소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나오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종점도 가까워졌다는 해석이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는 한국은행은 이달 24일 다음 금융통화위원회를 예정하고 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가 역대 최대폭(2.0%포인트)으로 벌어져 있어 시장에선 원화 가치 급락이나 대규모 외국인자금 이탈과 같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동결에 명분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가계 부채도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근원물가 둔화 속도의 불확실성, 미래 금융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억제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긴축기조를 더 오래 유지하면서 향후 필요시 추가적 인상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의 9월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 한은의 숨통이 좀 트인다. 적어도 내외금리차가 더 벌어지지는 않게 돼서다.
이런 연준과 한국은행 금통위의 선택을 내다볼 수 있는 경제 지표로는 오는 15일 발표될 미국의 7월 소매판매가 있다. 소매 판매는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규모를, 산업생산은 미국 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물건을 만들어 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미국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
16일에는 지난달 미 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지난달 FOMC에서 미 연준은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연준은 "앞으로도 지표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추가 인상 여지도 남겼다. FOMC 의사록에 어떤 발언들이 담겼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16일에는 미 7월 산업생산, 유럽연합(EU) 2분기 국내총생산(GDP), EU 산업생산 등이 발표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대외 여건 변화에 민감한 우리 경제인 만큼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같은 날 한국은행 금통위 의사록도 공개된다. 지난번 금통위는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 규정 개정 △한국은행의 금융기관에 대한 여·수신이율 개정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규정 개정 등도 결정했다. 이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생각은 가계부채 문제나 금융안정 관련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17일에는 한국은행이 7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수출입물가지수는 수출과 수입 상품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통계지표다. 수출 채산성 변동이나 수입 원가 부담 파악 등을 통해 교역조건을 측정할 수 있다. 지난 6월 수출입물가지수의 경우 수출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하락했다. 수입 물가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3.4%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