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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 명가 복원' 외친 우리은행, 바닥 디뎠지만…

  • 2023.11.02(목) 06:11

기업대출 잔액 3개월새 5% 늘어…'증가 탄력'
채권시장서 내몰린 대기업 대출 편중 아쉬워
중기 영업력 확대, 고금리 위험 관리도 '관건'

올해 기업대출 영업이 유독 부진했던 우리은행이 지난 3분기 의미를 둘 만한 기업여신 성장률을 선보였다. 지난 7월 취임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기업대출 명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뒤 올린 성과다. 최근 은행권은 너 나 할 것 없이 기업영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계대출 성장에 한계가 보이는 상황이라서다.

다만 이번 분기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증가가 근본적인 '영업력' 복원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는 모호한 면이 있다. 채권시장에서 발 뺀 대기업 대출 수요 증가 덕을 봤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에서 비중이 큰 중소기업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다. 고금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격적인 기업영업이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숙제다.
'희망 밝힌' 조병규 행장 첫 성적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난 3분기 원화 기업대출 잔액은 139조800억원으로, 전분기 132조4600억원보다 5.0% 늘어났다.

이번 실적은 조병규 우리은행장 취임 이후 처음 받은 분기 성적표다. 조 행장은 지난 7월 취임과 함께 '기업대출 명가를 재건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기업금융 강화는 지난 3월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영 주안점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기업대출 증가율에 눈길이 쏠렸다. ▷관련기사: '기업금융 명가 재건' 선언한 우리은행 "4년뒤 1위로"(9월7일)

작년 하반기 이후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영업은 다른 은행에 비해 부진했다. 각각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 지난해 3분기 잔액 증가율이 2.8%를 기록한 뒤 4분기에는 오히려 0.4%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와 2분기 각각 0.9%, 1.6% 소폭 늘리는 데 그쳤다. 새로 회장과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영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게 안팎의 관측이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더딘 성장세를 보이던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3분기가 돼서야 탄력이 붙었다. 우리은행의 3분기 말 기업대출 잔액 139조원은 1년전 대비 7.6%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력 강화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한 분기 만에 우리은행의 영업력 강화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전분기까지 이어진 기업대출 부문 부진을 딛고 바닥권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의 3분기 기업대출 성장률은 타 시중은행들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었다. 지난 3분기 분기별 기업대출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5.5%였던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국민은행(3.0%), 하나은행(3.8%) 등을 앞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기업대출 전략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앞서 밝힌 중장기적인 연도별 기업대출 강화 전략은 계획대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금융 강화 평가는 '아직'

우리은행의 3분기 기업대출 확대 성과를 영업 경쟁력 강화의 결실로 보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들의 대출 수요 쏠림이라는 배경이 있다는 측면이 있어서다.

지난 3분기 우리은행의 원화 대기업대출 잔액은 23조322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0%(2조8710억원) 증가했다. 반면 원화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15조7590억원으로 전기 대비 증가율이 3.3%(3조7510억원)에 그쳤다.

대기업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최근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서다.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 대신 은행을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 증가율만큼은 아니지만 지난 3분기 국민은행(8.9%), 하나은행(4.5%)도 대기업 대출을 상당히 늘렸다. 대기업의 은행 자금조달 수요가 많았다는 의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풍선 효과로 전 은행권이 기업대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회사채 대신 은행 대출로 쏠린 점도 기업대출 성장률을 높인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옛 한일·상업은행 당시부터 이어져 온 탄탄한 대기업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부문 영업력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중소기업대출 잔액 또한 4대 시중은행중 가장 적다.

즉 조 행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대출 부문에서의 성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대기업부문에서 매년 30%, 중소기업부문에서 매년 10%의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금리 장기화 속 리스크 관리도 '과제'

기업대출 확대에는 위험요인도 적지 않다. 최근 저성장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업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기업대출 강화' 은행권, 리스크 '부메랑' 관리 관건(9월22일)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면 자본비율이 하락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한다. 우리은행을 품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숙원사업으로 꼽힌 증권사 인수·합병(M&A) 등 비은행 확대에 어려움이 커질 요인이다.

3분기말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2.1%로, 우리금융의 중장기 목표 수치인 12.0%는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우리금융이 지난 2분기 스트레스완충자본 추가시 목표 CET1 수치가 12.5%로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넉넉하지 않다. 

우리금융은 우량 자산 위주로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공격적인 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짙다.

이와 관련 박장근 우리금융 리스크관리부문 상무는 지난달 27일 3분기 실적발표 때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위험가중치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 가계부채나 미사용 한도 관리,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비은행 부분에 대해 적정한 수준에서 자본비율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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