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차량 운행이 적은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깎아주는 특약 할인율을 확대하고 적용 범위도 넓힌다. 사고를 덜내는 '집토끼(기존 고객)'를 지키고 '산토끼(경쟁사 고객)'를 잡는 영업 전략이다. 최근 차보험 손해율(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이 다시 나빠지자 보유계약 우량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다음달 21일(책임개시일)부터 '걸음수 할인 특약' 할인율을 기존 3%에서 5%로 높인다. 이 특약의 할인율이 변동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청약일 기준 90일 이내 하루 5000보 이상 걸은 날이 50일 이상이면 차 보험료를 깎아주는 식이다. 개인용 자동차보험 본인 또는 배우자 한정 특약 가입자가 대상이다.
이 외 운전자 범위 제한 특약에 가입해도 보험료를 2% 할인키로 했다. 이전엔 없던 혜택이다. '대중교통이용 할인 특약'과 중복 가입 제한도 풀었다. KB손보만 파는 이 특약은 대중교통 이용 실적(1인 기준)이 6만원 이상이면 5%를, 12만원 이상이면 8%를 할인해준다. 많이 걷고 대중교통을 타는 횟수를 늘리면 보험료가 최대 13%나 깎이게 된다.
특약 할인율을 상향하고 대상도 확대하면서 KB손보는 지난 2월에 이어 사실상 자동차보험료를 한 번 더 인하하는 셈이 됐다. 이 회사는 지난달 16일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6% 내렸다. 삼성화재(2.8%) 다음으로 인하 폭이 컸다. KB손보 관계자는 "우량 고객에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고 말했다.
KB손보가 우량 고객 확보에 나서는 건 최근 차보험 손해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어서로 관측된다. 올해 1~2월 누적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빅4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평균 80.8%로 전년 78.5% 대비 악화했다. 업계에선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 수준으로 본다.
KB손보의 1~2월 누적 기준 손해율이 전년 78.0%에서 올해 80.5%로 2.5%포인트 악화했다. 현대해상(78.7%→83.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전년도 차보험료 인하와 지난달 폭설 등 계절적 요인 탓에 손해율이 상승했다. 봄철엔 행락객이 크게 늘면서 운행량도 증가해 손해율이 더 나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험사는 손해율이 올라갈수록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많아 손해를 본다. 보험금을 덜 주면서 보험료 규모를 유지하려면 할인 특약을 통해 사고를 잘 내지 않는 안전한 가입자 유치가 필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차보험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우량 고객 유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