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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홍콩 ELS 배상키로…셈법 복잡한 타 은행들

  • 2024.03.22(금) 16:25

우리은행, 홍콩 ELS 배상…판매액 적어 부담 적을듯
국민 신한 하나 농협 일제히 다음주 이사회 논의
결국 배상비율 관건…금감원 분조위·소송 수순도

우리은행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가입 고객 중 만기 도래 후 원금 손실을 본 고객들에게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배상 비율은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금융감독원이 앞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면서 투자자별로 개별 협의를 통해 산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선수를 치면서 다른 은행들의 셈법 역시 복잡해졌다. 판매금액이 우리은행의 수십배를 넘어서는 다른 은행들은 배상 규모도 클 것으로 관측, 쉽사리 배상을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정부가 배상에 나설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만큼 결국 배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배상 비율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투자자들과의 장기간 협의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손상범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 부장이 22일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이사회 이후 홍콩ELS 배상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지수 기자 jisoo@bizwatch.co.kr

우리은행 홍콩ELS 배상…배경은

우리은행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 ELS 투자자 중 만기가 도래했으나 손실을 본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 조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내달까지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된 고객을 우선 대상으로 배상비율을 산정해 배상금 지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배상비율은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따르되 투자자별 고려요소가 천차만별인 만큼 각 투자자별로 개별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손상범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 부장은 "우리은행 고객들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 배상을 추진했다"라며 "배임 등과 관련한 의견에 대한 충분한 법률 검토를 마쳤으며 고객과 협의를 거쳐 최종 보상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선제적인 배상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판매금액이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배상에 나서도 부담이 덜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판매한 ELS 규모는 415억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이 7조8000억원, 신한은행이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이 2조2000억원, 하나은행이 2조원 규모를 팔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금감원이 앞서 발표한 배상 가이드라인에 따른 평균 배상 비율 추정치를 최대 60%로, 손실률을 50%로 계산하면 배상규모는 약 8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배상하긴 해야 하는데…고민 커진 다른은행들

우리은행에 비해 판매금액이 월등하게 많아 배상액도 클 것으로 전망되는 다른 은행들의 경우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주중 있었던 이사회에서 배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다음주로 미뤄둔 상황이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다음주 이사회에서 배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배상을 결정했다는 점, 금융당국의 배상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결국 모든 은행들이 배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배상에 나선 만큼 다른 은행들 역시 배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음주 주요 판매 은행들이 연이어 배상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배상비율이라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책임에 따른 배상비율을 최대 50%까지 정해놓고 투자자별 상황에 따라 45%를 가감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자 별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배상비율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배상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는 이유는 투자자별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과, 이를 통해 전체 배상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배상을 결정하고 난 이후 고객들과 만나 배상비율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은행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홍콩 ELS 가입자들이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앞에서 판매사들이 원금 100%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여고 있다. /사진=이경남 기자 lkn@

'고객' 수용 여부 핵심…안되면 분조위→ 소송

우리은행 ELS 배상 결정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은행이 배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 고객들이 이를 수용하느냐다. 고객들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은행들의 배상 계획이 무용지물이다.

현재 일부 ELS 가입자들은 금감원이 내놓은 배상 기준도 투자자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ELS 판매사들은 원금 100%를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의 자율배상안을 투자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ELS 사태 마무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은행이 제안한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배상기준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 역시 수용되지 못할 경우에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것인데 이 경우 금융회사도, 가입자들도 모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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