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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차 사고 고령자가 더 낼까?

  • 2024.07.13(토) 10:03

고령 운전자 사고율 4.57%…65세 미만과 0.57%P 차이
"면허 소지자 대비 사고비율은 20세 이하가 가장 높아"
보험업계 "차사고 빈번한 20대 보험료, 60대보다 비싸"

/그래픽=비즈워치

다시 불붙은 고령 운전자 자격 논란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율이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소폭 높았다고 합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작년 보험에 가입된 주피보험자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의 계약 건수가 258만6338건, 사고 건수는 11만8287건으로 사고율이 4.57%였는데요. 65세 미만 운전자 사고율은 4.04%(계약 건수 1828만7065건, 사고 건수 73만9902건)였거든요.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 비율이 65세 미만보다 1.13배 높은 수준이었다는 겁니다.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피해자 수도 더 많았고, 중상 비율도 높았습니다. 65세 미만 운전자 사고 평균 피해자 수는 1.96명인 반면, 고령 운전자 사고 피해자 수는 2.63명으로 0.7명가량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거든요. 이와 더불어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 피해자 중 중상자(부상등급 1~11급)와 사망자를 합친 비율도 8.72%로 65세 미만 운전자 7.67%보다 높았죠.

/그래픽=비즈워치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를 계기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나온 통계라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잇단 사고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책 마련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였거든요. 정부 역시 지난 5월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을 발표하며 고령 운전자를 콕 집어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고요. 운전자 능력에 따라 야간·고속도로 운전금지, 최고속도 제한, 첨단 안전장치 부착 등 조건을 부여해 운전을 한다는 건데요.

고령자 이동권을 제한한다는 거센 비판이 일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하루 만에 "오해가 있다"며 연령이 아닌 신체·인지 능력 저하로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 운전자'를 조건부 면허제 대상으로 하겠다고 표현을 바꿨고요. 이렇 듯 연령만으로 운전을 제한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만만찮습니다. 과도한 기본권 침해는 물론,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역에선 자동차 외에 이렇다 할 이동수단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요.

'고령자가 사고 더 많이낸다'…맞을까?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가 '고령사회의 삶과 일' 간행문에 게재한 '연령대별 면허 소지자 대비 사고 건수(2019~2022)'/표=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홈페이지 캡쳐

단순히 연령대별 사고 건수만 비교해 "나이가 들수록 고통사고를 많이 낸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작년 말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가 발표한 '2019~2022년 자동차 면허 소지자 대비 가해자 교통사고 건수' 통계를 살펴볼게요.

연령이 높아질수록 우상향 하는 흐름이 나타나긴 했습니다. 면허 소지자 가운데 51~60세와 61~64세의 사고 건수 비율이 각각 0.7%와 0.8%로, 31~49세(0.5%)보다 높았거든요. 하지만 60세 이상 고령층을 비교하면 연령별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80대 이상이 되면 되레 비율이 낮아지는 등 나이와 사고율이 꼭 비례하진 않았습니다. 사고 건수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 계층은 오히려 20세 이하(1.3%)였고요. 

물론 20세 이하는 면허를 막 취득해 운전에 미숙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80세 이상은 차를 모는 횟수가 현저히 떨어지니 사고율도 낮아질테죠. 손 부교수는 "연령과 교통사고 발생률 간 관계를 타당하게 입증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엄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경찰청은 고령 운전자가 내년엔 약 498만명, 2040년에는 1316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죠.

교통사고 피해를 보상하는 자동차보험에서는 어떨까요. 의외로 고령 운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가 20대보다 쌉니다. 통계적으로 고령 운전자가 젊은 운전자 보다 위험도가 낮다는 의미죠. 남성, 2024년식 그랜저하이브리드 1인 한정, 가입 경력 7년, 무사고, 대물 2억원, 차 상해 2억원 등 동일 조건으로 연령만 다르게 보험료를 산출해 봤는데요. 21세는 185만원, 66세는 114만원을 각각 내야했습니다.(보험사, 성별, 가입 조건 등 변수에 따라 보험료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손해보험업계는 운전자의 나이 뿐만 아니라 운전용도와 운전습관, 사고발생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보험요율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니다. A손보사 관계자는 "20대 운전자의 손해율(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 비율)이 낮은 건 사고 발생 빈도나 심도가 높아 애초에 보험료를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했죠. 반대로 B손보사 관계자는 "전체 운전자 가운데 고령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연령과 자동차사고 발생에 대해 딱 맞아떨어지는 분석을 내놓는 게 이렇게 어렵다는 얘기죠.

해외는 안전장치 '의무화' 

/그래픽=비즈워치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운전 보조장치 개발이나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앞서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차량에 비상 자동 제동장치(AEBS)를 장착한 고령 운전자가 미장착 운전자보다 추돌사고 발생율이 22.5% 낮은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미 일본과 유럽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는요. 특히 고령화율 세계 1위인 일본은 2017년 가속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이 탑재된 '서포트 카'를 도입했답니다. 고령 운전자가 서포트 카를 구입하면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비용을 보조해 주고요. 유럽연합(EU) 역시 이달부터 모든 신차에 대해 비상제동과 후진보조장치 등 ADAS 장착을 필수화했다고 하네요.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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