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 곳곳에서 잡음이 일며 올해도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매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 M&A 시장에서 매물로 나와있거나,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곳은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6곳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최종 성사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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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을 산' 남았어도…동양·ABL에 촉각
그나마 가장 진척된 곳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한 1조5493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달 15일에는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보헙업계는 금융위 판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정기검사에서 우리금융이 M&A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 준수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당대출과 내부통제 부실도 대거 적발돼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우리금융 생보사 인수 제동?…동양·ABL생명 운명 '안갯속'(2025년 2월4일).
우리금융이 금융위로부터 생보사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으려면 원칙적으로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다만 등급 미달이더라도 금융위가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 조건을 달아 우리금융의 동양·ABL 인수를 승인할 수 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동안 추진하던 KDB생명 매각을 잠정 중단하고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했다. 산은은 KDB생명의 자본을 확충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재매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잠재 매물로 분류되고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가 국내 시장 철수를 추진하면서 자연히 M&A 시장 매물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BNK금융지주가 사모펀드와 투자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무산됐다.
손보사 매각은 '지지부진'
손보사들 매각도 지지부진하다. MG손보는 노조와 마찰이 지속하며 실사가 지연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위로부터 MG손보 매각을 위탁받아 지난 2023년부터 매각 작업을 진행했으나, 네 차례나 유찰됐다. 이후 매각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다.
하지만 MG손보 노조는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은 수의계약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실사 과정에서 경영정보와 개인정보 등 민감 정보가 유출될 것이 우려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예보와 메리츠화재가 두 차례 현장실사를 추진했지만,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모두 무산됐다.
이에 예보는 메리츠화재, MG손보와 함께 MG손보 노조를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예보와 MG손보 노조가 팽팽히 맞서며 매각 작업이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한 롯데손보 역시 새 주인을 찾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높은 몸값이 걸림돌이다. 롯데손보의 최대 주주인 JKL파트너스의 희망 매각가는 약 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의 경우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이드라인' 적용 여파로 실적이 크게 출렁였다. 실제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91%나 감소한 272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도 하락이 우려된다.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9.8%(경과조치 적용 후)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었다. 건전성 우려 탓에 금감원은 지난 5일부터 롯데손보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무엇보다 금융지주가 M&A에 신중한 입장이란 게 문제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지주사들은 무리한 M&A보다 본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 단위의 롯데손보를 인수할 곳이 마땅찮은 이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보험사 M&A는 동양·ABL생명 외에는 큰 이슈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매물 중 비교적 우량하다고 평가받던 롯데손보의 경우에도 지난해 실적이 급감하면서 원하는 값을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