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권이 36조6000억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 계획을 내놓으며 투자 확대 의지를 밝혔지만, 실행 여부는 금융당국의 위험계수 조정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 규제 완화가 예고됐으나, 구체적인 조정 폭과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보험사들의 투자 전략 수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를 개최하고 생산적 금융 대전환의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보험업권은 생·손보 24개사가 36조6000억원 규모 생산적 금융 지원 계획을 마련해 공유했다.

금융당국-보험업계, 생산적 금융 공감대 형성
한화생명은 사회기반시설·데이터센터·연료전지·신재생에너지 등 국가 미래성장동력의 기반이 되는 산업 중심으로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에 약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인프라 분야의 국민성장펀드에 5년간 총 2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화재는 인프라 투융자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 투자확대를 추진하며 기술기반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정기 임원협의체를 통한 투자실적 및 계획점검도 실시한다.
보험업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가로막는 핵심으로는 위험계수가 꼽힌다. 금융위는 보험사의 정책펀드·인프라·벤처 투자와 주택담보대출 등에 적용되는 위험계수를 조정하는 규제 개선을 검토 중이다. 유럽연합(EU)의 솔벤시Ⅱ(Solvency II) 등 국제 규범이 참고 대상이다.
위험계수는 보험사가 특정 자산에 투자할 경우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얼마나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는지를 정하는 비율이다.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산출되는데 위험계수가 낮아지면 분모인 요구자본이 줄어들어 킥스 비율 관리가 수월해진다.
현행 위험계수는 △국채 0% △우량 회사채 0.2~2.5% △부동산 PF 대출 2.9~12.7% △부동산 보유 20~25% △주식 20~49% 수준이다. 특히 비상장주식은 49%로 상장주식(35%)이나 장기보유주식(20%)보다 부담이 크다.
위험계수 조정 땐 킥스 개선…투자 여력은 늘어
첨단 산업·벤처·중소기업 상당수가 비상장 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가 생산적 금융에 나설수록 킥스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첨단·벤처·중소기업 상당수는 비상장기업으로 킥스에서는 비상장주식에 대해 선진시잔 상장주식(35%) 장기보유주식(20%) 대비 높은 위험계수(49%)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보험업권의 생산적 금융을 촉진하기 위해선 위험계수를 낮추는 등 자본규제를 개편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최우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에서는 솔벤시II 및 솔벤시 UK 개편을 통해 인프라·벤처 등 전략적 부문에 대한 요구자본을 경감해 보험사의 자금이 실물경제 지원과 수익성 확보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위험계수 조정이 이뤄질 경우 보험사의 투자 여력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게다가 위험계수가 낮아질 경우 킥스 비율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요구자본이 줄어들면서 여유 자본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위험계수가 낮을수록 일반적으로 기대 수익률도 낮아진다. 결국 보험사는 안정적인 저위험·저수익 자산으로 갈 것인지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얼마나 낮추느냐가 '핵심'
문제는 아직 위험계수를 얼마나 낮출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위험계수 조정이 실제 투자 판단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산 유형별 조정 기준이 세부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를 해도 국가가 직접 조성한 사업인지, 대기업 컨소시엄이 참여한 프로젝트인지 혹은 그 하위단의 기업인지에 따라 위험이 다르다"며 "IT·기술 기업이나 벤처의 경우 영업 이력이 짧은 곳도 많은데 이런 자산의 위험계수를 얼마나 낮춰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위험계수 조정만으로 보험사의 투자 성향이 급격히 바뀌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보험사는 장기 보험금 지급을 전제로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맞추는 '듀레이션 관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사 자산 운용은 안정성 중심 구조가 뚜렷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보험산업의 운용자산 중 채권 비중은 48%에 달하고 특히 국고채 비중은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고채 보유 규모는 2020년 248조원에서 2025년 상반기 320조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잔존만기 30년 이상 초장기 국고채 순매수 규모는 약 1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보험부채와의 듀레이션 갭을 줄이기 위해 현금흐름 예측이 가능한 초장기 국채에 자금이 집중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위험계수를 과감하게 낮춰줄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며 "기준이 제시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지만, 지금은 방향성만 있고 구체적인 숫자는 없기 때문에 투자 전략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