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중견 종합제지업체 깨끗한나라 사주(社主) 일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요지의 빌딩을 사들였다. 당시 매입자금이 327억원이다. 앞서 2년 전 인수한 한강로동의 상가건물 24억원과 합하면 350억원을 훌쩍 넘는다.
적잖은 자금이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재력가 집안인 점을 감안하면, ‘빌딩 쇼핑’ 재원에 대한 의문부호는 사실 ‘우문(愚問)’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단적인 예가 최병민(70) 회장 부부의 LG 계열사 주식이다. ▶ 관련기사: [단독]LG 사위 깨끗한나라 일가, 한남동 330억 빌딩 샀다(5월29일)
빌딩 매입 재원에 붙는 물음표?…우문!
LG 구(具)씨 일가는 다손(多孫) 집안으로 일가들이 본가(本家) 주식을 골고루 나눠 보유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지주회사 ㈜LG에 대해 1대주주 구광모(44) 회장(15.95%·특수관계인 포함 41.70%) 외에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일가가 25명이나 된다.
일가 중 ㈜LG 주식 0.69%를 보유한 이가 구 회장의 둘째고모인 구미정(67)씨다. 현 주식시세로 808억원에 이른다. 남편인 최 회장 또한 361억원어치인 0.31%를 갖고 있다. ㈜LG 주식재산이 깨끗한나라 지분가치 55억원(3.46%)의 6배가 넘는다.
뒤늦게 드러나기는 했지만, 비교적 근래 최씨 일가가 부동산 사업을 벌이는 데 있어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한 가지. 잇단 ‘빌딩 쇼핑’과 맞물려 비슷한 시기에 개인회사 등의 주식을 현금화 해 주머니가 두둑해진 상태였다.
말 많던 LG트윈타워 청소용역업체 정리
작년 8월, 구미정씨는 언니 구훤미씨와 공동 소유 중인 청소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를 동종의 사업시설 관리업체 두잉씨앤에스에 매각했다. 당시 각각 지분 50%를 넘겼고 구미정씨가 총 매각대금의 절반을 손에 쥔 것이다.
지수아이앤씨는 2009년 9월 설립됐다. 설립 이듬해 바로 매출 510억원을 찍었다. 매년 예외 없이 성장하며 2020년에는 135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흑자를 거른 적이 없다. 2016~2020년에는 적게는 41억원, 많게는 60억원을 벌어들였을 정도로 알짜다.
문제는 지수아이앤씨가 LG그룹 본사인 LG트윈타워 청소용역을 맡아하던 곳이라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구광모 회장이 고모들에게 일감을 주는 모양새여서 말들이 많았다. 지분 매각은 이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지수아이앤씨 매각 자금 윤파트너스로?
구미정씨가 지수아이앤씨 지분을 매각한 직후인 작년 9월, 최 회장 일가가 부동산 사업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가족회사 윤파트너스는 추가로 자본금을 163억원 확충해 189억원으로 늘렸다.
공교롭게도, 시기적으로 볼 때 구미정씨의 매각 자금이 윤파트너스를 거쳐 한남동 대형상가건물 ‘수영빌딩’을 매입하는 데 쓰였을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다. 나머지는 170억~180억원가량의 은행 대출자금을 활용했다.
아울러 최 회장 부부는 작년 12월에는 100억원 가까이 현금을 손에 쥐기도 했다. LX홀딩스 주식 각각 0.31%, 0.69%를 구본준 LX 회장에게 각각 29억원, 64억원 도합 93억원에 매각한 데 따른 것이다.
부부의 LX홀딩스 주식은 지난해 5월 LG 2대 경영자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4남2녀 중 3남 구본준 회장이 LX그룹으로 분가함에 따라 ㈜LG에서 쪼개진 뒤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