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비상(飛上)교육’을 초·중·고등 교과서 및 참고서 시장에서 이름값 하는 교육업체 정도로만 안다면 당신은 비상교육을 반쪽만 아는 것이다. ‘비상(非常)’한 지배구조로 옮아가면 이야깃거리는 보다 풍성해진다.
창업 24돌. 차츰 2세 대(代)물림에 공들이기 시작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울타리 너머에 있지만 비상교육이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 친인척 회사들이 적지 않다. 창업자의 강력한 오너십이란 ‘화장’을 지워내면 ‘민’을 드러낸다.
강사로 활동하다 출판사 차려 ‘대박’
비상교육 창업자는 양태회(59) 현 대표이사다. 서울 대성고, 고려대 불어불문과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1992년 ‘길잡이학원’을 차려 국어강사로 활동했다. 1997년 12월 국어 전문 출판사 비유와상징(2002년 1월 법인 전환·현 비상교육) 창업으로 이어졌다. 33살 때다.
중등 국어 ‘한끝’(한권으로 끝내기)이 학습 참고서 시장에서 대박을 쳤다. 자율학습교재 ‘완자’(완벽한 자율학습서), 과학학습서 ‘오투’(O2:산소) 등 출간 교재가 잇달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중·고등 참고서 시장에 안착,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세를 몰아 영역 확장에 나섰다. 2007년 1월 중등 인강(인터넷 강의) ‘수박씨닷컴’을 런칭했다. 다음 스텝으로 2008년 3월에는 교과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에 입성한 것도 같은 해 6월이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3월에는 간판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꿔 달았다.
2016년 이후 예년 같지 않은 돈벌이
현재 비상교육은 ▲모태사업인 교과서 및 학습교재 출판(2021년 연결매출 비중 60.6%) ▲‘온리원’(초등-옛 와이즈캠프, 중등-옛 수박씨닷컴) 등 온라인 교육(28.4%) ▲’비상에듀‘ 대입학원, 유아 영어 프로그램 ’윙스 등 유아·초·중·고교생 대상의 종합 교육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계열사로는 비상교과서, 비상캠퍼스가 있다. 2020년 1월 해외에도 진출해 베트남 현지법인도 두고 있다.
총자산은 2740억원(2022년 9월 말 연결기준)이다. 매출(2010년 이후 연결기준)은 확대일로다. 상장 직전인 2007년 659억원에서 2010년 1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21년에는 2160억원을 찍었다. 재무건전성도 양호하다. 총차입금 237억원에 부채비율은 43.3% 수준이다.
다만 잘 나가는 듯 보이는 비상교육에도 머리 싸맬 일이 없지는 않다. 벌이가 예년 같지 않다. 비상교육은 2016년 영업이익 355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적이 있다. 영업이익률은 24.7%나 됐다. 그뿐이다. 뒷걸음질 치더니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149억원 사상 첫 적자의 쓴맛을 봤다. 2021년 흑자로 돌아섰지만 77억원에 머물렀다. 2019년(219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이익률이 고작 3.4%다.
3남매, 증여 계기 존재감 수면위로
세월이 제법 흘렀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어느덧 양 창업자가 차고 있는 후계 승계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부인 정양옥(55) 테라북스 대표와 사이의 세 자녀의 나이 많아야 20대 후반. 경영수업에 걸음마를 뗐다는 얘기조차 들려오지 않는 와중 지분 대물림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비상교육은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구조다. 양 창업자는 2002년 1월 설립 이래 대표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 게다가 1대주주로서 확고한 오너십을 갖추고 있다. 상장 당시 지분 42.2%에서 단 한 주도 주식시장에 내다 판 적이 없다. 한 때는 45.2%를 보유했다.
딱 한 번 축소된 적이 있다. 2021년 4월의 일이다. 세 자녀에게 적게는 0.64%, 많게는 1.08% 도합 2.35%를 증여했던 것. 당시 주식시세로 26억원어치다. 상장 이후 2세들을 대상으로 한 첫 증여다. 3남매가 현재 4.44%를 보유 중인 이유다. 장남 양승민(27)씨와 장녀 양세린(23)씨 각각 1.63%다. 모친 정 대표(1.32%) 보다도 많다. 차녀 양세민(18)씨가 1.19%다.
다분히 후계 승계에 초점을 맞춘 터닦기에 다름 아니다. 이제, 2세 승계 작업을 넘어 비상교육 지배구조의 ‘민낯’을 들여다볼 차례다. 부록으로 한때 6개사나 됐던 비상교육의 계열사가 반토막난 원인이자, 벌이가 신통찮아지는 데 한 몫 한 신(新)사업의 흑역사도 들춰봤다. (▶ [거버넌스워치] 비상교육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