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할 만 한다. 경영 보폭이 결코 좁지 않았다. 남편의 창업 초기 조력자로 활동했다. 다음 스텝을 밟은 곳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였다. 어느덧 12년째다.
중견 교육업체 비상교육 창업자인 양태회(59) 대표의 부인 정양옥(55) 현 테라북스 대표다. 비상교육에서 떨어지는 일감 덕에 양 대표 부부가 매년 따박따박 수억 수십억원의 배당을 챙기는 곳이다. 비상교육 안주인의 존재를 띄엄띄엄 볼 수 없는 이유다.
12년째 CEO 자리 지키는 안주인
정 대표는 경남 통영 출신이다. 충렬여중, 통영여고를 나와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양 대표(불어불문과)와 대학 동문이다. 서강대 대학원에서 사회정책학을 전공했다. 2007년 12월까지 비상교육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비상교육이 증시에 상장한 게 2008년 6월인 것을 감안하면, 이를 계기로 비상교육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을 알 수 있다.
가만있지 않았다. 아예 직접 경영의 ‘키’를 쥐었다. 현 테라북스다. 양 대표가 1997년 12월 비유와상징(2002년 1월 법인 전환․현 비상교육) 창업 이후 2002년 1월 법인 전환과 함께 손을 댄 인쇄업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2002년 7월 경기 파주에 자본금 3억여원의 인쇄업체 케이티피를 설립했던 것.
양 창업자는 케이티피 초창기 감사로 활동한 뒤 2011년 11월에는 직접 대표를 맡았다. 주주로서 소유 지분도 적잖았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는, 비상교육이 2004년 말 지분 18.10%에서 2008년 말 26.15%를 보유한 가운데 양 대표 또한 18.27%를 가지고 있었다.
한 발 더 나아갔다. 2010년 2월 역시 파주에 자본금 3억원으로 제본업체를 하나 차리는데, 지금의 테라북스다. 양 대표가 80%, 비상교육이 20%를 출자했다. 현 테라북스는 2012년 2월 기존 케이티피를 흡수·통합한 법인이다. 테라북스 설립과 함께 지금껏 대표를 맡고 있는 이가 정 대표다. 양 창업자 또한 사내이사직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테라북스는 엄밀히 말해 오너 부부 소유의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적자가 뭐예요?’의 뒷배 비상교육
현재 테라북스는 비상교육의 계열사로 분류되지 않는다. 지분 25%를 소유하고 있을 관계기업일 뿐이다. 즉, 이외 75%를 소유한 이가 ‘양 대표와 특수관계인’이다. 특히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비상교육 외에 주주가 양태회·정양옥 대표 부부다.
묘한 점은 다음이다. 비상교육이 든든하게 뒤를 밀어주는 사업구조에 있다. 테라북스는 제판, 인쇄, 제본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인쇄출판업체다. 주된 사업이란 게 비상교육이 발행하는 초등, 중·고등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찍어내는 일이다. 수치가 증명한다.
테라북스는 총자산은 107억원(2021년 말 기준)이다. 2017~2021년 재무실적을 보면 매출은 143억원에서 매년 예외 없이 증가, 2021년 238억원으로 확대됐다. 한데, 5년간 비상교육 매출이 적게는 123억원, 많게는 147억원이나 된다. 비록 비중은 축소 추세이기는 하나 테라북스 전체 매출의 58.7%~88.0%를 차지한다.
‘적자가 뭐예요?’. 예상대로다. 벌이가 안좋을 리 없다. 영업이익이 2020년 한 해만 뒷걸음질 쳤을 뿐 14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불어 26억원을 찍었다. 이익률은 8.7%~11.2%다. 순익이라고 나쁠 리 없다. 2012년 2월 케이티피 합병 이후 연속 흑자 중으로 2017~2021년에는 15억~21억원을 벌어들였다.
4년간 배당금 ‘60억’ 푼 테라북스
앞서 ‘[거버넌스워치] 비상교육 ①편’에서 언급했지만, 비상교육이 2016년을 정점으로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치는 것과 대비된다. 순익이라고 나쁠 리 없다. 테라북스는 2012년 2월 케이티피 합병 이후 연속 흑자 중으로 2017~2021년에는 15억~21억원을 벌어들였다.
결국 테라북스는 매출을 60% 가까이 비상교육에 의존하면서도 전체 지분의 4분의 3을 오너인 양 대표 등이 보유한 알짜 인쇄업체라는 얘기가 된다. 이는 테라북스가 양 창업자에게 비상교육 말고도 아쉽지 않는 ‘돈줄’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미도 갖는다.
테라북스는 2017년 20억원에 이어 2019~2021년에는 10억~15억원 결산 배당금을 풀었다. 도합 60억원이다. 양 대표 부부가 4년간 챙긴 배당수익이 적게는 7억5000만원, 많게는 15억원 총 45억원이나 된다.
양 대표는 비상교육 배당수익도 적잖다. 양 대표는 비상교육 상장 이래 1대주주로서 42%~45%대의 지분을 보유했다. 정 대표는 1.3%다. 비상교육이 이 기간 매해 결산 때마다 적게는 13억원, 많게는 43억원을 배당해온 것을 고려하면. 오너 부부 가 매년 거의 절반가량을 가져가고 있다는 뜻이다. (▶ [거버넌스워치] 비상교육 ④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