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의 길을 걸은 지도 어느덧 33년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활정보지 ‘벼룩시장’을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중견 정보미디어그룹으로 키운 창업주 주원석(65) 미디어윌(MEDIAWILL)그룹 회장의 지배구조는 유별난 데가 있다.
2세 지분 승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시기지만 미동(微動)조차 없다. ‘유아독존(唯我獨尊)’이다. 기업 성장의 열매는 오롯이 주 회장 몫이다. ‘캐시’가 필요할 때면 개인회사 별로 번갈아가며 배당금을 꺼내 쓰고 있는 게 좋은 예다. 배당 얘기가 나온 김에, 최근 ‘알바천국’의 거액 배당은 그래서 이채롭다.
2000년대 들어 잇단 M&A ‘효험’
주 회장은 성균관대 무역학과,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다. 미국 유학시절 지역신문 안내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귀국 3년 뒤 고향인 경기 부천에서 생활정보신문 ‘벼룩시장’을 창간했다. 1990년 7월의 일이다. 32살 때다.
놀라운 페이스다. 이듬해 11월 서울, 그 다음 해 7월에는 전국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전국구 생활정보지 브랜드로 성장했다. 1992년 9월 ㈜벼룩시장 법인 전환으로 이어졌다. 하나 둘 계열사도 차렸다. 인쇄업체 대원인쇄(현 아이피디),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를 설립한 때가 이 무렵인 1995년 1월, 1997년 8월이다.
2000년 1월 강남 등 전국 10개 벼룩시장을 흡수·통합했다. 7월에는 ‘미디어윌’로 회사 간판을 바꿔 달았다. 벼룩시장 창간 10돌 때다. 이를 계기로 한 발 더 나아갔다. 정보미디어그룹으로 점프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꽂혔다.
2007년 5월 구인·구직 아르바이트포털 ‘아르바이트천국’(알바천국·현 미디어윌네트웍스), 2015년 1월 지금은 ‘걸스데이’ 혜리의 광고로 잘 알려져 있는 ‘다방’(스테이션3)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효험이 있었다.
현 미디어윌 계열사가 달리 13개로 불어난 게 아니다. 사업 분야 또한 온·오프 미디어를 비롯해 인쇄, 유통, 마케팅, 외식, 실버요양 등에 걸쳐 있다. 2001년 940억원 정도였던 자산은 지난해 6500억원(주요 계열 합산)으로 불어났다. 매출은 1570억원에서 8500억원으로 성장, ‘1조 클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작년에 벌어들인 순이익만 해도 340억원이다.
세 딸 혜나·혜미·혜린 지분승계 ‘감감’
2008년 10월 사세 확장에 한창 열을 올릴 무렵, 주 회장은 계열 지배구조에도 손을 댔다. 모태기업 ㈜미디어윌을 지주사 미디어윌홀딩스(존속), 생활정보·부동산·인터넷·뉴미디어 분야의 사업 계열사 ㈜미디어윌(신설)로 쪼갰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참고로 현 미디어윌홀딩스는 사명에 ‘홀딩스’가 들어가 있을 뿐이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아니다. 잠깐 지정된 적은 있다. 2017년이다. 총자산(별도기준) 1000억원(2016년 1390억원), 지주비율 50%(총자산에서 자회사 주식가액이 차지하는 비율 51.08%) 이상이 됐을 때다.
이듬해 4월 바로 빠졌다. 2017년 7월 시행령 개정으로 자산요건이 1000억원에서 현행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데 기인한다. 중소 지주사들이 대거 제외됐던 시기다. 지금의 미디어윌홀딩스는 자산이 2320억원(2022년 말)이다.
한데, 현재 홀딩스와 ㈜미디어윌의 주주가 딱 1명이다. 주 창업주다. 즉, ‘온리 원(Only One)’ 주 회장을 정점으로 홀딩스 산하에 8개 계열사사, ㈜미디어윌 아래 2개사가 포진한다. 게다가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 두 곳은 주 회장이 직접 대표를 맡아 경영을 챙긴다. 감히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계열 장악력을 보여주고 있다.
외식업체 딘타이펑코리아 1개사만 예외다. 사실상 부인 소유다. 김선옥(63) 딘타이펑코리아 대표다. 1대주주다. 지분은 60%다. 뒤집어 말하면 미디어윌의 2세 지분 승계는 걸음마 조차 떼지 않았다는 의미다.
주 회장은 슬하에 딸 셋을 두고 있다. 주혜나, 주혜미, 주혜린씨다. 세자매가 지분을 소유 중인 계열사는 단 한 곳도 없다. 계열 이사진의 면면을 보더라도, 맏딸 주혜나(38)씨가 2014년 10월부터 3년간 미디어윌홀딩스 비상무이사로서 이사회에 얼굴을 비췄을 뿐 2세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오히려 주 회장이 완벽한 1인 지배체제를 갖추기까지의 과정에 시선이 꽂힌다. 아울러 기업 성장에는 늘 보상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배당수입은 물론, 아니나 다를까 때마침 예사롭지 않았던 움직임이 포착됐다. (▶ [거버넌스워치] 미디어윌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