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딴판이다. 중견 에너지그룹 SCG의 간판 계열사 서울도시가스는 작년에 손실 폭을 키우며 2년째 영업적자를 냈다. 3세 후계자의 개인회사 에스씨지(SCG)솔루션즈는 서울가스를 뒷배로 둔 사업부문에서 실속을 챙기며 7년 연속 사상 최대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김요한 1인회사 승계 지렛대 가치 Up
26일 SCG솔루션즈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 매출(별도) 35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보다 23.6%(681억원) 증가했다. 1년 만에 다시 성장 추세로 전환하며 2009년 11월 설립 이래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63억원, 140억원을 벌어들였다. 1년 전보다 8.0%(12억원), 1.8%(2억원) 확대됐다. 이에 따라 두 지표는 모두 2018년부터 7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SCG그룹 3대 후계자인 김요한(43) 서울가스 기획조정실장(부사장)의 1인 회사다. 김 부사장은 SCG가 뿌리를 두고 있는 대성(大成)그룹의 고(故) 김수근(1916~2001) 창업주 손자이자, 김영민(80) 현 회장의 2남1녀 중 장남이다.
SCG솔루션즈의 작년 재무수치는 향후 SCG 후계 세습의 지렛대로서 활용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델테크놀로지스·씨게이트·벤큐·아리스타네트웍스 등 글로벌 IT사와 글로벌 태양광 셀·모듈 제조사의 공식총판이자 도시가스 용역관리 및 배관설비 공사, 빌딩․시설 관리 업체다.
매출 비중은 사업성격상 B2B 상품매출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에는 86.9%(3100억원)를 차지했다. 실속은 별로 없다. 매출총이익률(마진율)이 6.7%(매출총이익 208억원/매출 3100억원)에 불과하다.
알짜는 따로 있다. SCG솔루션즈는 서울가스로부터 전체 매출의 11.0%(391억원)를 올렸다. 즉, 주로 서울가스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용역매출과 공사수익은 마진율이 월등이 높다. 각각 18.1%(68억/374억원), 12.9%(12억/92억원)에 이른다.


서울가스 작년 영업적자 113억…전년의 2배
서울가스는 삼천리(2024년 시장점유율 16.2%)에 이어 전국 2위(7.8%) 도시가스업체다. 서울 강서구 등 11개구 232.7㎢와 경기 김포·고양·파주 3개시 1104.5㎢ 총 1337.2㎢ 지역을 공급권역으로 하고 있다.
정작 서울가스는 작년 매출(별도) 1조6900억원에 영업손실 113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50억원 적자 전환 이후 손실 폭이 128.1%(64억원) 불어났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1990년대 말 이후 최대 적자다.
서울가스는 영업실적이 신통찮아졌지만 서울가스를 사업기반으로 둔 3세 개인회사는 되레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SCG솔루션즈는 2013년 김 부사장에게 배당금 5억원을 푼 것 말고는 벌어들이는 족족 수익을 쟁여놓고 있는 상태다. 2024년도에도 건너뛰었다. 이익잉여금은 740억원으로 불어났다.
계열사도 적잖다. 2022년 2월 인수한 예스코 계열 가스미터기 제조업체 SCG그리드(옛 대한가스기기)를 비롯해 SCG랩·홈텔리어·주빅스 등 국내 4개와 태국·중국 등지의 3개 해외법인도 있다.
현재 김 회장은 서울가스 계열에 대해 변함없이 강력한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 1인 지주회사(지분 98.04%·자사주 1.96%)인 보운㈜(옛 서울도시개발) 소유의 26.27%, 개인지분 9.54% 도합 35.81%의 지분을 통해서다.
반면 김 부사장은 서울가스 지분이 현재 0.02%로 없다시피 하다. 이것만 보면 3대 지분 승계는 걸음마 조차 떼지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김 부사장의 믿는 구석 SCG솔루션즈가 점점 알짜로 변신하는 만큼 이를 활용해 승계기반을 닦아나갈 여지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김 부사장이 직접 매입하든 우회적으로 취득하든, SCG솔루션즈를 서울가스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줄로 활용할 개연성이 있다. 합병 등을 통해 김 회장 소유의 최상위 지배회사 보운㈜으로 갈아탈 수도 있다. 아니면 김 회장의 핵심 지분 증여시 세금 재원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