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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서울가스 김요한 2.5억짜리 승계 ‘돈줄’ SCG솔루션즈

  • 2024.01.29(월) 07:10

[중견기업 진단] 서울도시가스⑤
오너 김영민의 1인회사 서울개발 ‘복사본’
2008년 26살 때 준비…값싼 대물림 ‘돈줄’

이변이 없는 한, 3대(代) 승계는 값싸게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무엇보다 부친이 개인회사를 지렛대 삼아 경영권을 장악하고 재산을 불리며 작성해온 가성비 만점의 ‘족보(族譜)’가 있어서다.  

중견 에너지그룹 SCG의 오너 김영민(79) 회장의 장남 김요한(42) 서울도시가스 부사장에게 에스씨지솔루션즈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돈줄’이 될 수 있다. 후계자의 나이 26살때부터 고작 2억5000만원으로 준비한, 부친 1인 회사 서울도시개발의 ‘복사본’이다.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

부자 공동소유→후계자 1인 소유

SCG 후계자 김 부사장이 사업 중추 서울가스 경영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은 시기는 27살 때인 2009년 3월이다. 상무 타이틀을 달고 바로 이사회 멤버로 합류했다. 이듬해 6월 전무, 1년 뒤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직책은 예나 지금이나 딱 하나 기획조정실장이다.  

180도 딴판이다. 김 부사장이 빠른 속도로 경영승계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과 달리 김 회장의 주식 대(代)물림은 걸음마 조차 떼지 않은 듯 보인다. 김 부사장의 현 서울가스 지분이 0.01%가 전부라서다. 입사 이후 상여금으로 받은 자사주와 장내에서 사들인 주식이다. 

넋 놓고 있었을 리 없다. 사실 일찌감치 준비했다. 2008년 11월 서울 강서구 염창동 서울가스 사옥에 자리 잡은 낯선 이름의 계열사가 출발점이다. 김 부사장의 서울가스 경영 입문 무렵이다. ‘에코끼리(ECOKIRI)’다. 후속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2010년 3월 서울도시산업으로 간판을 바꿔 단 곳이다. 

원래는 부자 공동소유였다. 초기 자본금 5000만원에 김 부사장이 60%(3000만원)를 출자했다. 직접 대표까지 맡았다. 40%(2000만원)는 서울개발이 댔다. 당시나 지금이나 김 회장이 유일(唯一) 주주(98.04%·이외 자사주 1.96%)로 있는 개인회사다.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이듬해에 바로 김 부사장 1인 소유가 됐다. 서울개발이 원가에 주식을 전량 김 부사장에게 넘겼다. 이후로 김 부사장이 ‘나 홀로 회사’에 집어넣은 자금이라고 해봐야 2009~2010년 2차례에 걸친 2억원뿐이다. 더 이상 돈이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SCG솔루션즈 지배구조 변동

SCG솔루션즈 산하 계열사도 수두룩

김 부사장은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위해 서울산업을 앞세워 계열사들도 하나 둘 차리기 시작했다. 서울산업 설립 이듬해인 2009년 11월 만든 업체가 SCG솔루션즈다. 이곳도 김 부사장이 대표 명함을 가지고 경영을 챙겼다. 

서울산업이 2010년 1월까지 초기 자본금 25억원을 전액 출자했다. 2011년 4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개인주주(지분 10.71%)를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잠시였다. 2013년 4월 다시 개인주주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해 예전처럼 서울산업 완전자회사로 만들었다. 

같은 해 8월 김 부사장이 자신의 지배 아래 있는 두 계열사를 합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SCG솔루션즈가 100% 모회사 서울산업을 역(逆)합병으로 통합한 게 이 때다. 김 부사장이 딱 2억5000만원으로 현 SCG솔루션즈 지분 100% 1인 주주로 있게 된 이유다. 

계열사도 수두룩하다. 예스코 계열 가스계량기 업체 옛 대한가스기기(현 에스씨지그리드)를 편입한 게 2022년 2월이다. 지분 68.67%를 55억원에 인수했다. 모바일 앱 개발·디자인 및 도시가스 솔루션 통합플랫폼 업체 에스씨지랩(40%), 호텔식 홈클리닝 및 침구류 교체 서비스 업체 홈텔리어(80%)도 포진한다. 태국·중국 등에 3개 해외법인도 있다. 

SCG솔루션즈 계열 지배구조

오너 부자, 서울개발-SCG솔루션즈 이원 체제

즉, 현재 SCG는 김 회장(100%)을 정점으로 한 서울개발(26.27%․개인지분 9.54%)→서울가스 계열과 별도로 후계자 김 부사장이 SCG솔루션즈 계열을 소유한 이원(二元) 체제다. 김 부사장은 SCG솔루션즈 계열에 죄다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기도 하다. 

감이 딱 온다. 김 부사장의 SCG솔루션즈 활용법, 지금에 와서는 뻔하지 싶다. ‘[거버넌스워치] 서울도시가스 ②~③편’을 복기하면, 김 회장이 서울개발을 지배기반의 핵으로 활용하고 있는 터라 SCG솔루션즈 또한 값싼 후계승계와 결부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김 부사장이 직접 매입하든, SCG솔루션즈를 통해 우회적으로 취득하든, SCG솔루션즈를 서울가스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줄로 활용할 개연성이 있다. 합병 등을 통해 김 회장 소유의 최상위 지배회사 서울개발로 갈아탈 수도 있다. 아니면 서울개발(98.04%), 서울가스(9.54%) 등 김 회장의 핵심 지분 증여시 재원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  

방식이야 뭐가 됐든, 그만큼 김 부사장의 SCG솔루션즈의 기업가치가 점점 ‘레벨-업’ 되고 있어서다. 김 회장의 서울개발을 먹여 살리다시피 했듯이 서울가스가 떡하니 자리를 깔아주고 있는데 돈이 안 벌리는 게 이상하다. (▶ [거버넌스워치] 서울도시가스 ⑥편으로 계속)

서울도시가스 계열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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