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大成) 장남가(家)인 중견 에너지그룹 대성산업의 3대(代) 세습의 시계가 마침내 다시 돌아갈 조짐이다. 존재감을 잃어 가는가 싶던 후계자가 10년 만에 지분 확보에 뛰어들어서다.
3세 김신한, 2014년 이후 첫 장내매입
14일 대성산업에 따르면 김신한(49) 사장은 올해 1월 말부터 이달 7일까지 장내에서 지분 1.72%(77만6436주)를 취득했다. 액수로는 30억원(주당 평균 3854원)어치다. 장내 매입은 201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소유지분은 0.38%→2.1%로 확대했다.
오너 김영대(82) 회장과 부인 차정현(75) 대성아트센터 이사 사이의 아들 3형제 중 막내다. 유력 후계자다. 2016년 5월 작고한 맏형 고(故) 김정한 사장과 학자인 차남 김인한(51)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빼고 나면 가업에 발을 들이고 있는 유일한 오너 3세다.
예사롭지 않다. 3대 세습 작업이 오랜 기간 미동조차 없던 와중이어서다. 사실 대성산업은 2011년 8월 서울 신도림에 건설한 대형 복합단지 ‘디큐브시티(D-Cube City)’ 사태로 비롯된 오랜 자구 노력과 맞물려 승계 작업 또한 사실상 정지(停止) 상태였다. 수치가 증명한다.
대성산업은 주력사이자 지주사격이다. 국내 2위 정유사 GS칼텍스의 최대 일반대리점이다. 대성산업 아래 디에스파워(LNG열병합발전소)와 대성셀틱에너시스(보일러), 대성히트에너시스(히트펌프), 대성나찌유압공업(유압기기), 대성계전(가스계량기) 등 14개사가 포진한다. 대물림의 타깃 또한 대성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변함없다. 김 회장이 산수(傘壽·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오너십이 확고부동하다. 최대주주로서 32.09%를 소유 중이다. 재작년 8월 이후 올 1~2월에 0.18%(8만1500주․3억원)를 추가 매입하는 등 지분 보강에 집중할 뿐 증여 등 대물림이 이뤄진 적이 없다.
따라서 김 사장이 거의 10년 만에 대성산업 지분 확보에 나섰다는 것은 승계 작업에 재시동을 걸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와 맞물려 경영일선에 복귀할 지도 주목거리다.
2020년 대성산업가스 대표 뒤 경영 행보 ‘뚝’
김 사장은 유력 후계자라고는 하지만 존재감이 흐릿하다. 2020년 2월 ‘캐시 카우’였던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 대성산업가스(현 디아이지에어가스) 공동대표에서 물러난 뒤로는 경영 행보가 뚝 끊긴 상태다. 디큐브시티 사태로 인해 대성산업이 2017년 3월 경영권을 매각했던 곳이다.
의외다. 대성산업가스에서 손을 뗀 뒤 대성산업 주요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을 법 하지만 너무나 잠잠하다. 우선 ‘대성산업 사장’ 명함을 갖고 있지만 직위뿐이다. 2020년 하반기 본사 구조조정본부장을 끝으로 직책이 없다. 대성산업에 적을 두고 있지만 직위만 사장일 뿐이다.
다른 주요 계열사 이사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에스파워, 대성셀틱에너시스, 대성히트에너시스, 대성나찌유압공업, 대성계전 등에서 대표는 물론 사내이사직을 갖고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김 사장의 개인회사 ‘에이원(A-ONE)’ 정도에 이사진으로 있을 뿐이다. 산업용 가스 및 초저온 장비 제조업체다. 지분 95%를 소유 중이다. 게다가 합류한 지도 얼마 안 된다. 부인 한조희(43)씨의 뒤를 이어 직접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놓은 게 작년 5월이다.
김 회장이 지금껏 광폭 경영행보를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회장은 현재 대성산업을 비롯해 4개사에 전문경영인과 함께 공동대표에 앉아 있다. 사내이사직을 가진 계열사도 5곳이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