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大成)그룹 장자가(家)인 중견 에너지그룹 대성산업의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침내 재개됐다. 작년 초부터 중추 계열사 지분 확보에 열을 올렸던 유력 후계자가 경영 컨트롤타워인 이사회에도 10년만에 입성한다.
잭책 없이 ‘시장’ 직함뿐이었던 3세 김신한
13일 대성산업㈜에 따르면 오는 28일 2024사업연도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신한(50) 사장을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고(故) 김수근(1916~2001) 대성 창업주의 손자이자 오너 김영대(83) 회장의 세 아들 중 막내다. 비상근이지만 김 사장이 그룹 모회사이자 주력사인 대성산업㈜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은 2014년 11월 이후 10년만이다.
대성산업그룹에 몸담고 있는 유일한 오너 3세다. 김 회장의 장남은 고(故) 김정한 사장으로 2016년 5월 작고했다. 차남은 김인한(52)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줄곧 경영에는 거리를 둔 채 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비록 김 시장이 유력 후계자이기는 하지만 대성산업의 경영 승계 작업은 한동안 ‘올스톱’ 상태였다. 오랜 자구 노력을 촉발시켰던 2011년 8월 서울 신도림에 건설한 대형 복합단지 ‘디큐브시티(D-Cube City)’ 사태에서 비롯됐다.
김 사장이 대성산업㈜ 이사회에서 물러났을 때가 이 무렵인 2014년 11월이다. 이후로는 그룹의 ‘캐시 카우’였던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 대성산업가스(현 디아이지에어가스) 공동대표로 활동했지만 이 직함마저도 2020년 2월 내려놓았다. 디큐브시티 사태로 인해 대성산업이 앞서 2017년 3월 매각한 데 따른 것이다.
대성산업가스 경영에서 손을 뗀 뒤로는 대성산업㈜에 적을 뒀지만 2020년 하반기 본사 구조조정본부장을 끝으로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은 전혀 없다. 대성산업㈜ 사장 직위만 가진 채 오롯이 개인회사 ‘에이원(A-ONE)’의 경영에만 참여해왔다.
에이원은 산업용 가스 및 초저온 장비 제조업체다. 김 사장이 지분 95%를 소유 중이다. 게다가 합류한 지도 얼마 안 된다. 부인 한조희(43)씨의 뒤를 이어 2023년 5월 이사진에 직접 이름을 올렸다.
7년만의 지분 확대…경영권 승계 기반 조성
김 사장이 10년 만에 대성산업㈜ 이사회에 진입한다는 것은 한 동안 멈췄던 김 회장의 후계 작업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근래 김 사장의 공격적인 대성산업㈜ 주식 매입 역시 이를 위한 행보로도 볼 수 있다.
국내 2위 정유사 GS칼텍스의 최대 일반대리점인 주력사 대성산업㈜은 계열 지주사격이기도 하다. 대성산업㈜ 아래 디에스파워(LNG열병합발전소)와 대성셀틱에너시스(보일러), 대성히트에너시스(히트펌프), 대성나찌유압공업(유압기기), 대성계전(가스계량기) 등 14개사가 포진한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대성산업㈜ 지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반면 김 회장이 산수(傘壽·8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지금껏 증여 등을 통해 지분 대물림이 이뤄진 적이 전혀 없다. 대성산업㈜ 32.09% 1대주주로서 변함없이 강력한 오너십을 쥐고 있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김 사장은 지분이랄 것도 없었다. 2017년 8월 이후 줄곧 0.38%를 보유해왔다. 이런 와중에 작년 1월 말부터 주식 매입에 뛰어들었다. 7월까지 69억원(주당 3841원)어치 3.98%를 추가로 확보, 현재 4.36%를 소유 중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진 9명(사내 4명·비상무 2명·사외 3명) 중 김 회장을 비롯해 임기가 만료된 사내 2명, 비상무 1명, 사외 3명 모두에 대한 재선임 안도 처리한다. 이에 따라 부인 차정현(76) 대성아트센터 이사 등 기존 비상무 2명에 김 사장이 추가로 선임되면서 이사진도 총 10명으로 확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