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의 손’. 건설·해운 주력의 SM그룹 창업주 우오현(71) 회장에게 심심찮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하나같이 부실기업들을 인수합병(M&A)한 뒤 정상화시키기를 반복하며 재계 30위 반열에 올려놓아서다.
세월이 제법 흘렀다. 우 회장이 기업가의 길을 걸은 지도 36년이다. 나이도 고희(古稀·70)를 넘겼다. 어느덧 SM 지배구조에서 2대 세습이 화두가 된 요즘, 우 회장이 5남매를 위해 정확히 10년 전(前)부터 손댄 ‘값싼’ 대(代)물림 작업을 뜯어볼 때가 됐다.
2000년대 들어 업종 불문 공격적 M&A
우 창업주는 전남 고흥 출신이다. 광주상고, 광주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조선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양계업으로 재미를 본 뒤 1988년 1월 광주광역시에 삼라건설(현 ㈜삼라의 전신)을 창업,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35살 때다.
맞아떨어졌다. 1990년대 주택 건설 경기 붐을 타고 아파트 브랜드 ‘삼라마이다스’로 기반을 잡았다. 1996년 10월 삼라마이다스 법인 설립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초반에는 수도권에 진출, 호남 기반 지방 건설사에서 전국구로 자리매김했다. 삼라마이다스의 약칭 ‘SM’을 현 그룹명으로 사용하는 이유다.
건설업으로 성공을 거두자 사세 확장에 열을 올렸다. M&A를 통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 한계기업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진덕산업(2004년), 벡셀(2005), 경남모직(2006), 남선알미늄(2007), 티케이케미칼(2008), C&우방(2010) 등을 계열 편입한 게 2000년대의 일이다.
2013년에는 국내 4위 선사인 대한해운을 인수해 해운업에 진출했다. 2016년에는 삼선로직스(현 대한상선)에 이어 한진해운의 아시아 및 미주노선을 인수해 SM상선을 설립했다. 거침없었다. 금융, 레저, 방송 분야로까지 발을 넓혔다. 경남기업(2017년), 삼환기업(2018년), STX건설(2022년) 등 모태사업인 건설 분야에서도 쉼 없이 M&A가 이어졌다.
2017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자산 5조원 이상 준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2021년 4월에는 10조원 이상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묶이며 재벌사로 발돋움했다. 모태기업 ㈜삼라를 창업한지 39년만이다. 우 회장의 나이 68세 때다.
SM 지배구조 관통하는 화두 代물림
현재 SM은 재계 30위(5월 공정위 발표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에 랭크하고 있다. 총자산 17조원에 자기자본이 9조3500억원이다. 매출은 5조6400억원이다. 계열사는 해운․건설을 양대 주력으로 총 79개사(국내 58개·해외 21개)다. 상장사도 5개사나 된다.
우 회장의 오너십은 변함없이 강력하다. SM 계열 지배구조의 중추 ㈜삼라(보통주 기준 소유지분 91.76%), 삼라마이다스(74.01%), SM스틸(40.97%)의 1대주주다. 이어 지주사격인 3개사를 기점으로 계열사들이 거미줄처럼 출자구조가 얽히고설키며 다단계로 뻗쳐 있다.
반면 지금껏 절대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서 2대 가업세습 기반을 닦는데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50대 후반 무렵인 2011년부터 슬하의 다섯 자녀를 속속 대표, 이사, 감사로 계열사에 포진시키며 경영에 발을 들이게 한 것과 무관치 않다.
본처 심동임씨 사이의 세자매 우연아(47) 삼라농원 대표, 우지영(46) 태초이앤씨(E&C) 대표, 우명아(43) 신화디앤디(D&D) 대표와 사실혼 배우자인 고(故) 김혜란(1961~2023)씨 사이의 딸 우건희(33) 코니스 대표와 장남 우기원(32) SM하이플러스 대표가 면면이다.
한데, 현재 5남매간에는 우열(愚劣)이 존재한다. 가장 어리지만 외아들답게 우기원 대표가 2대 회장 자리에 보다 가까이 있다. 무엇보다 지주사격인 삼라마이다스(25.99%), ㈜삼라(3.24%) 지분을 2세들 중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다는 게 증거다.
비록 일찌감치 장자를 후계자로 낙점했지만 딸들 몫 역시 빼놓지 않았다. 맏딸은 건설사 삼환기업의 1대주주(32.56%)다. 차녀와 3녀 또한 개인 소유의 태초E&C, 신화D&D를 를 기반으로 점점 기업 볼륨을 키우고 있다. 막내딸 역시 1인 회사 코니스를 쥐고 있다.
우 창업주가 2014년부터 5남매의 개인회사들을 하나 둘 차려 가업세습에 손품을 판 데서 비롯됐다. 10년의 걸친 작업은 이렇듯 인상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내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게다가 최소의 비용으로 값싸게 장자의 승계 기반을 닦거나 딸들의 독자 사업기반을 마련해주는 법을 보여줬다. 건설업으로 SM을 일구는 초석을 다졌듯이 대물림의 지렛대로 아파트 시행사업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자금도 문제될 게 없었다. 계열사들을 동원해 아낌없이 돈을 빌려줬고, 담보물도 넉넉하게 대줬다. (▶ [거버넌스워치] SM ②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