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물류그룹 지오영 계열의 듀켐바이오가 코스닥으로 옮겨감에 따라 몸값이 주목거리다. 모태사이자 사업지주격인 대주주 ㈜지오영을 비롯해 3년여 전 분할합병을 통해 갈아탄 주주들에게도 주식가치 상승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오영 사실상 첫 상장사 듀켐바이오
25일 코넥스 상장사 듀켐바이오에 따르면 지난 11일 일반공모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현재 코스닥 이전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8월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이달 7일 승인받은 데 따른 것이다.
공모가격이 다음달 9일 결정된다. 공모주식은 신주 143만주다. 주당 희망가액 범위(밴드)는 1만2300원~1만4100원(액면가 500원)이다. 예상모집액은 176억~202억원이다. 공모가가 확정되면 내달 11∼12일 청약을 거쳐 연내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지오영그룹의 첫 상장사다.
㈜지오영이 1대주주로서 지분 54.28%(공모 후 기준)를 소유 중이다. 2021년 8월 병원 GPO(구매대행) 업체 케이캠프를 활용해 계열 편입한 데서 비롯됐다. ㈜지오영이 77.13% 지분을 갖고 있던 계열사다.
케어캠프의 방사성의약품 부문을 1대 0.11로 인적분할한 뒤 듀켐바이오와 합병했다. 듀켐바이오는 케이캠프 주주들에게 1180억원(주당 6509원)어치의 합병신주를 발행했다. 기존 발행주식의 205%에 이르는 규모다.
㈜지오영은 이 중 911억원어치를 받아 듀켐바이오 지분 51.88%를 확보했다.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도 사들였다. 창업자 김종우(57) 부회장이다. 2022년 8월 1.14%(24억원), 올해 6월 1.34%(32억원)를 인수했다. 김 부회장의 경우 2대주주로서 지분이 8.91%에 머무는 이유다.
차바이오 오너 부부도 3.24% 소유
㈜지오영이 듀켐바이오 지분에 투자한 액수는 967억원(주당 6592원)이다. 반면 공모가 밴드 기준으로는 1800억~2070억원이다. 3년여 만에 86.6%(837억원)~113.9%(1100억원) 뛴 셈이다. 상장후 지분은 51.55%다. 이 중 47.28%는 2년, 4.27%는 1년간 보호예수로 묶인다.
다만 ㈜지오영은 듀켐바이오 상장 이후 주가 추이에 따라 주식 일부를 김 부회장에게 넘겨야 할 수도 있다. 분할합병 때 약정에 따라 김 부회장이 합병신주 발행가 주당 6509원에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가지고 있어서다. 행사기간은 상장 후 보호예수기간이 종료되는 날로부터 1년간이다.
즉, 김 부회장은 이 기간 듀켐바이오 주가가 1만1853원을 초과하면 발행주식(공모 전)의 3%, 1만5804원을 넘어서면 4.5%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현실화된다면 ㈜지오영은 지분이 각각 48.7%, 47.28%로 축소된다. 김 부회장은 11.76%, 13.18%로 확대된다.
듀켐바이오의 몸값은 국내 최대 의료그룹 차바이오의 오너 부부에게도 관심 사항일 수 있다. 차광렬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이 1.30%, 부인 김혜숙 차병원 고문이 1.94% 도합 3.24% 주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어서다.
이 역시 케이캠프의 분할합병으로 취득한 지분이다. 케어캠프 지분 2.03%, 3.05% 주주로서, 분할부문에 대해 부여받은 합병주식이 24억원, 36억원어치다. 공모가 밴드로 따지면 각각 45억~52억원, 68억~78억원 총 113억~130억원이다. 이밖에 의약품 유통 및 약국체인 리드팜 1.94%, 기타주주(2020년 말 279명)의 9.41% 또한 이에 해당한다.
㈜지오영 외에 차 소장 부부 등의 14.59% 주식은 보호예수로 묶이지 않아 상장 후 언제든 처분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3년여 만에 실질적인 ‘엑싯(Exit·투자회수)’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듀켐바이오는 암 진단, 파킨슨병·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국내 1위 업체다.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등 전국 12개 대형병원에 제조센터를 가지고 있다.
분할합병이 반전 포인트가 됐다. 매출(연결기준)이 2020년 156억원에서 지난해 347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21년 5억원 흑자 전환 뒤 작년에는 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8%(37억원) 급증했다. 올 1~3분기에도 매출 262억원, 영업이익 38억원으로 14.5%의 이익률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