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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 CJ그룹에 무슨 일이

  • 2013.10.10(목) 15:25

이관훈 CJ㈜ 대표 경질..지주사 실·팀장 절반 이상 '물갈이'
이미경 부회장 역할론 대두..이미경 체제 신호탄 분석도

CJ그룹이 지주사인 CJ㈜의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했다. 매년 연말에 시행하던 정기인사가 아닌 수시인사를 통해서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부재중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주사 대표를 갑작스럽게 교체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이미경 부회장 체제가 들어서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이관훈 CJ㈜대표 문책성 경질

CJ그룹은 지난 8일 2년 8개월간 CJ그룹의 지주사인 CJ㈜의 대표이사를 맡아왔던 이관훈 대표를 경질했다. 후임에는 지난 3월 CJ그룹에 합류한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을 선임했다.

이관훈 대표는 지난 2011년부터 CJ㈜ 대표이사로 재직해왔다. 올해 1월에는 CJ㈜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장으로 승진한 지 불과 10개월만에 퇴임하게 됐다.

이관훈 대표는 이재현 회장 체제 내에서 주요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신임을 받았다. CJ제일제당, CJ홈쇼핑(현 CJ오쇼핑), CJ헬로비전 등에서 일하다 CJ그룹의 뼈대인 지주사 대표까지 올랐다.


▲ 이관훈 전 CJ㈜ 대표이사. CJ그룹은 지난 8일 임원 인사를 단행, 이관훈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후임에 이채욱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부회장을 선임했다.

이 대표는 온화한 성품과 강한 추진력으로 대내외 평판이 매우 좋았다. 하지만 사장 승진 10개월만에 낙마하자 CJ㈜ 내부에서도 당황하는 분위기다. CJ㈜ 한 관계자는 "무척 당황스럽다"며 "내부적으로도 (인사와 관련해) 전혀 이야기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그룹 공식 입장은 "이관훈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회장 구속 후 민감한 사안은 마무리된 만큼 본인의 역할은 끝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CJ그룹은 홍보라인도 개편했다. 그룹 홍보실장이었던 신동휘 부사장은 CJ대한통운 전략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룹 홍보실장을 맡은 지 불과 4개월만이다. 후임에는 동아일보 출신의 김상영 부사장이 새로 영입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CJ그룹의 갑작스런 인사에 대해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그룹의 근간인 지주사의 대표와 홍보 수장이 교체되고 지주사의 주요 실·팀장 중 절반 이상이 바뀌는 인사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문책성 인사가 아니라면 수시 인사를 통해 주요 보직의 임원을 바꾸는 강수를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는 검찰 수사에 좀 더 적극적인 대처를 원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일선 경영진들이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상징적인 의미로 지주사 대표를 경질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이미경 부회장 체제 신호탄?

일부에서는 현재 위원회 체제를 구축한 CJ그룹의 향후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이미경 부회장에게 더 많은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사도 이미경 부회장과 이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물러난 이관훈 대표와 계열사로 옮긴 신동휘 부사장 등은 모두 이재현 회장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들이다. 이 회장이 기용했던 몇몇 고위 임원도 곧 물러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이미경 부회장 체제가 시작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경영진들을 중심으로 '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이 멤버다. 물러난 이관훈 대표도 경영위원회 멤버였다.
 
경영위원회는 전문 경영인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오너십이 있는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중심으로 운영된다. 직계인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사업이 많은 CJ그룹의 경우 오너십에 의한 판단과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많다.
 
이에 대해 CJ그룹 측에서는 이런 추측은 '어불성설'이라 입장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은 CJ와 관련된 지분이 거의 없어 전문 경영인에 가깝다"면서 "이재현 회장과의 사이도 돈독해 그런 추측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부재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며 "비록 지분은 없지만 어머니인 손 고문이 뒷받침을 해준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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