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전동차(철도차량) 시장에 진출한다. 이를 위해 세계 1위 전동차 제작업체 봄바디어(Bombardier)와 손잡기로 했다.
포스코(포스코건설)와 봄바디어가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전동차 업체를 인수한 뒤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전동차 제작은 현대차그룹이 현대로템을 통해 국내 시장을 독점해 왔는데 포스코가 진출하면 경쟁체제가 갖춰지게 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은 세계적인 철도차량 및 항공기 제작업체인 캐나다의 봄바디어(Bombardier)와 전동차 제작사업을 위한 합작사(조인트벤처, Joint Vent)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포스코그룹과 포스코건설 내부에서 사업 검토를 마친 단계로 국토교통부에도 보고가 이뤄진 상태다. 다만 포스코그룹 내부적으로 신임 회장 선출 이슈가 있고 외부적으로는 철도 민영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외국계 기업의 철도산업 참여가 민감한 부분이어서 확정 발표는 미뤄지고 있다.
봄바디어는 세계 1위 철도차량 제조업체이자 세계 3위 민간 항공기 제조업체로, 국내 법인으로 봄바디어트랜스포테이션코리아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올 상반기 상용 운행을 시작한 용인경전철의 시스템 공급과 운영을 맡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봄바디어와의 합작은 포스코건설이 민자개발 프로젝트로 송도국제업무단지를 개발하면서 게일 인터내셔널과 합작해 NSIC(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를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과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게일은 지난 2002년 3대 7의 지분 비율로 조인트벤처인 NSIC를 세우고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송도국제도시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봄바디어트랜스포테이션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용인 경전철(사진: 봄바디어) |
양측은 합작사 설립과 함께 철도차량 사업의 조기 안착을 위해 경북 김천에 있는 중소 전동차 개조 및 제작업체 ㈜로윈을 인수할 계획이다. 로윈은 '인천 월미 은하레일'에 처음으로 철도 완성 차량을 납품하고 이 실적을 바탕으로 서울 지하철 7호선 공급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작년 매출 규모는 496억원이지만 납품 차량 결함 등의 문제를 겪으며 대규모 적자가 발생해, 현재 채권자들의 채무이행 요구에 따른 경매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전동차 시장에 뛰어들면 현대로템과 경쟁체제가 만들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제철 역량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차량 제조업으로 발을 뻗으면 두 그룹의 경쟁구도가 심화될 수 있다"며 "포스코가 당장은 로템을 따라잡기 어렵겠지만 봄바디어의 기술력과 포스코의 국내외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포스코건설과 자회사인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철도 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어 철도차량 제작부문까지 더해지면 해외에서도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포스코건설은 경전선, 경의선, 중앙선 등 철도건설과 서울지하철 7호선, 신분당선 등 지하철 건설에 참여했고 지난 8월에는 베트남 하노이 경전철 3호선을 수주하기도 했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1979년 서울 지하철 3·4호선 설계에 참여한 뒤 고속철도, 일반철도, 경전철, 공항철도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포스코건설 측은 다만 "전동차 사업 합작사의 출자 규모나 지분 비율 등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밝힐 수 없는 단계"라며 "최종안은 그룹 투자심의기구의 심의를 거쳐 이사회에서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