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박 회장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에따라 박 회장은 그룹 주력사인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 3개사의 등기이사를 맡으며 다시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등기이사 선임을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7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을 승인했다. 박 회장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면 4년만에 다시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복귀하게 된다. 박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그룹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의 복귀와 관련, 경영 정상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에 이어 지난해 금호산업의 등기이사로 선임됐고, 이번 아시아나항공까지 포함해 그룹 주력 계열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만큼 이들 계열사 정상화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작업이 진행중이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맡으며 "연봉을 1원만 받겠다"고 말했다. 또 만일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등기이사 사임은 물론 보유지분을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올초 시무식에서도 워크아웃 졸업에 대한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오른쪽) |
문제는 박 회장의 복귀에 대해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 매각에 문제가 있는 만큼 이날 행사된 의결권은 무효라는 주장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총수익맞교환(TRS, Total Return Swap) 거래를 통해 금호산업 지분 4.9%를 매각, 금호산업 지분율을 10% 아래로 낮췄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지만 상호출자규제에 걸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금호석유화학은 TRS거래가 진정한 매각이 아닌 일종의 파킹(parking)이라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상호출자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금호산업의 의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금호석유화학 대리인 자격으로 이날 주총에 참석한 법무법인 화우측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이 의결정족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승인하는 등 절차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어 이날 주주총회가 끝난 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동안 TRS 파생거래 매각시도, 사내이사 선임의 부당성에 대해 충분히 문제제기를 했고, 스스로 시정하기를 기대했지만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만큼 법률적 대응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이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당장 이번 주총의 효력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간 간극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