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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단협, '임금피크제' 놓고 정면충돌

  • 2015.08.14(금) 10:03

노조, 임금피크제 시행 결정에 반발
사측, 관철 의지 강해..파업 배제 못해

매년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어느 때보다도 노사 양측의 대립이 첨예하다. 작년부터 계속된 통상임금 범위 문제와 더불어 올해는 사측의 임금피크제 전면 시행 선언으로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임금피크제가 실시될 경우 현대차 노조는 큰 타격을 입는다.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노조에게 임금피크제 실시는 두 가지 모두를 잃을 수 있다. 현대차 노조가 향후 집중적으로 진행될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를 빌미로 또 다시 파업 카드를 빼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본격화된 현대차 임단협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부터 올해 임단협을 시작했다. 지난 11일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만났다. 통상적으로 현대차 임단협은 여름 휴가 이전까지는 서로의 안(案)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름 휴가가 끝난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2일 그동안 주 2회 교섭하던 것을 주 3회 교섭으로 늘리기로 했다. 노사 모두 임단협 타결에 속도를 내자는 취지다. 노사는 이와 별도로 지난해 쟁점이 됐던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 총 8차례의 협상을 벌였다.

 

통상임금 범위 문제는 노사 양측에게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노조는 현재 상여금 전체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최근 전체 상여금 750% 가운데 45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호봉제를 폐지하는 대신 차등임금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노조는 이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부터 올해 임단협을 시작해 지난 11일까지 총 16차례의 교섭을 가졌다. 양측은 여름 휴가가 끝난 만큼 다음 주부터 주 3회 교섭을 진행해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통상임금 문제를 비롯해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난제들이 많아 향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노조는 임금 15만9900원(기본급 대비 7.84%)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월급제 시행,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원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국내공장 신·증설 즉시 검토,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 판매 감소와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만큼 노조가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줘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등은 경영권 침해인 만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사간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변수가 등장했다. 최근 사측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을 선언했다. 전 계열사, 전 직원이 대상이다. 현대차 노조원들도 당연히 대상에 포함된다. 노조는 즉각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이 정부의 노동개혁 움직임에 발맞춘다는 명분 하에 노조의 요구안을 묵살하려는 취지라는 주장이다. 사측은 "노조가 통상임금을 사회적 추세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임금피크제도 사회적 추세”라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 임금피크제에 반발하는 이유

 

그렇다면 노조가 임금피크제 전면 실시에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임금피크제는 표면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고 보장하는 대신 일정 시점이 지난 이후부터는 정년에 도달할 때까지 임금을 깎는 방식이다.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이렇게 만들어진 재원을 통해 고질적인 문제인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1000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60세로 돼있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근로자의 정년은 엄밀하게 말해 '58+1+1'제도다. 공식적인 정년은 58세이지만 1년씩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58세 이후 1년은 임금이 유지되지만 마지막 1년은 10% 삭감된다. 신분상 59세까지는 정규직, 60세는 비정규직이다.

 

▲ 현대차그룹은 최근 내년부터 전 계열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전면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전면 시행될 경우 현대차 노조가 추진하고 있는 정년 65세로의 연장은 물론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임금 삭감 시기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그동안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6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현대차 노조원의 사실상 정년은 60세인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를 65세까지로 연장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갑자기 '임금피크제' 전면 실시를 들고 나오면서 정년 연장안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정년 60세를 의무화했다. 여기에 5년을 추가하려했던 현대차 노조의 계획은 시작부터 어그러지게 된 셈이다. 
 
현재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적용시기를 정부 권고안인 55세로 잡고 있다. 임금피크제에 따라 55세 이후부터는 정년에 도달하는 60세까지 5년간 매년 임금이 삭감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 노조원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 삭감 시기가 현재보다 3년 빨라진다. 이는 노조원들의 임금이 줄어드는 시기가 일찍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사측이 빼든 임금피크제 카드에 대해 '신의 한 수'라는 평가다.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 선언을 통해 두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노조가 주장하는 정년 65세로의 연장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현대차그룹의 임금피크제 전면도입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번에도 파업 카드 빼들까
 
업계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두고 현대차 노사가 계속 대립한다면 또 다시 파업의 악몽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작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총 6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이 탓에 현대차는 차랑 1만6500대, 금액으로는 33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나마 작년에는 예년에 비해 순조롭게 협상이 타결됐다. 전면 파업으로 가기 직전 노사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한 결과다.
 
사실 작년 노조에게 우선 순위는 임금협상 타결이었다. 통상임금 범위 문제는 법원의 판결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조속한 타결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노사는 임협을 우선 타결하고 통상임금은 시간을 두고 논의키로 했다. 그래서 설치된 것이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다. 위원회 설치는 일종의 판단 유예이자 시간을 벌기 위한 휴전이었던 셈이다.
 
그런만큼 올해는 노사 양측이 통상임금과 관련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당초 노사 양측은 지난 3월 합의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이미 기한이 지났다. 올해 초 법원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마저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8차례에 걸친 논의를 통해 사측은 최근 통상임금 관련 안을 노조에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단칼에 거부했다. 여전히 평행선인 상태다.
 
▲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사의 임금피크제 전면 시행을 둘러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임금피크제라는 복병까지 등장했다. 업계에서 올해 현대차 임단협이 예년에 비해 훨씬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현재 현대차 노조 지도부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이경훈 지부장은 과거 현대차 노조의 3년 연속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쟁점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는 노조원들의 임금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따라서 온건파인 현 지도부도 노조원들의 임금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사측과 손 잡았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어서다. 반면 사측은 반드시 임금피크제 도입을 관철시켜야 한다.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를 막아내고 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정부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정부와 업계의 시선이 쏠려 있는 상황인 만큼 현대차 사측이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면서 "사측은 통상임금과 달리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노조도 임금피크제 도입은 곧 임금과 직결되는 만큼 파업으로 맞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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