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달려야하는데.." 노조에 발목 잡힌 현대차

  • 2015.12.23(수) 08:31

강성 노조 출범..'임금피크제' 갈등 첨예
연내 타결 어려워..판매 목표 달성도 난망

현대차가 올해 임단협 타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금피크제' 실행여부를 둘러싼 노사간 대립 때문이다. 사측은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입단협의 연내 타결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는 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현대차의 판매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12월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만료되는 시점이다. 현대차로서는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노조와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임단협 타결은 물론 판매 확대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임금피크제'에 '파업'까지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부터 올해 임단협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사측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을 발표해서다. 이때부터 노사간 임단협은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노조는 절대 반대를 주장하며 양측이 지금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가 '임금피크제' 시행을 반대하는 것은 노조가 그동안 주장해온 정년 65세 연장안과 관련이 있다. 현대차 근로자의 정년은 '59+1' 제도다. 공식적인 정년은 59세이지만 1년을 연장할 수 있다. 사실상 60세까지 일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 시행은 이를 65세까지로 늘리려 했던 노조의 계획이 무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현대차 노사는 아직까지 올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실시를 두고 노사간 의견 대립이 첨예해서다. 업계 등에서는 현대차 노사가 연내 임단협 타결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노조 집행부가 바뀐 것이다. 그동안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해왔던 이경훈 위원장 체제가 끝나고 지난 11월 박유기 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다. 박유기 위원장은 강성으로 분류된다. 박 위원장은 선거때 '임금피크제 확대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조 지도부 입장에서는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공약이다.
 
강성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6일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정치파업에 동참했다. 2시간 부분파업을 통해 사측을 압박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06년 위원장 시절에도 12차례 정치파업과 함께 40차례 이상 파업을 주도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이 강성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연내 임단협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한 오는 24일까지 타결을 이뤄내야만 이후 찬반 투표 등의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임단협 타결이 해를 넘길 경우 노조측의 사측 압박 수위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멀어지는 판매 목표 달성

애가 타는 것은 사측이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505만대로 잡았다. 하지만 목표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올들어 현대차의 지난 11월까지 판매량은 총 444만8969대다. 전년대비로도 0.9% 감소한 수치다. 목표치의 88%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내수는 괜찮지만 해외가 문제다.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2.6% 증가한 63만2061대를 판매했다. 반면 해외는 전년대비 1.4% 줄어든 381만6908대에 그쳤다. 산술적으로 12월 한달간 60만대 가량을 판매해야만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 현대차의 월 평균 판매량은 약 40만대 수준이다.

물론 12월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12월은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달이다. 연식 변경에 따른 재고 물량 소진에 총력을 기울이는 달이어서다. 특히 이달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만료되는 달이다. 현대차로서는 판매를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아무리 재고 소진과 개별소비세 인하 만료를 앞두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고 해도 월 평균치보다 20만대 가량을 더 판매한다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현 상황에서 현대차에게 신차는 '제네시스 EQ900'밖에 없다. '제네시스 EQ900'은 볼륨 모델이 아니다. 볼륨 모델의 신차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와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6일 노조가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참여한 것을 이유로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 6명을 고소한 상태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차량 3577대를 생산하지 못해 709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 속만 끓이는 현대차

문제는 이런 갈등 양상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현대차로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제네시스 EQ900'을 비롯해 내년 초에는 신차 출시가 예고돼 있다. 하지만 노조와의 갈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 판매는 물론 이미지도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조가 노리는 것도 이 부분이다. 
사측의 약한 고리인 판매 부진과 이미지 훼손을 볼모로 사측을 압박해 '임금피크제' 전면 시행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그동안 현대차 노조가 계속 사용해왔다. 생산 부문을 노조가 쥐고 있는 한 노조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하는 등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안착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와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향후 신차 출시는 물론 '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에도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론칭했다. 고급 브랜드인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높다. '제네시스 EQ900'에 현대차가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일 갈등이 깊어져 노조가 파업을 진행할 경우 '제네시스'는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내년에는 각종 신차들이 출시된다. 신차의 성패는 초기 물량 공급에 달렸다. 노조의 파업 등으로 처음부터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최근 현대차가 '안티 팬'들까지 끌어 안으며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와의 갈등으로 현대차가 잃는 것은 매우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현재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 투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어서 상당히 곤란한 처지일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노조와의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향후 
사업을 무리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