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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속 해운업]③현대상선, 앞이 안 보인다

  • 2015.09.23(수) 10:03

선제적 대응 미비로 실적 부진 계속
벌크부문 비중 높아..업황 회복만이 살 길

조선, 철강과 함께 해운업은 극심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잠깐 반등의 기미를 보였지만 글로벌 해운 업체들이 운임을 낮추기 시작하면서 업황은 다시 고꾸라졌다. 선박 공급 과잉도 지속되고 있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해운업체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해운업황의 침체 원인과 전망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현대상선은 한진해운과 함께 국내 대표 해운사다. 하지만 실적은 한진해운과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 1분기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시장과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흑자로 돌아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부문과 벌크 부문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벌크 부문의 경우 한진해운에 비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문제는 현재 컨테이너는 물론 벌크 시황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또 해운 업황 부진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점도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 다시 무너진 실적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비록 40억원 규모였지만 작년 내내 손실을 냈던 것을 감안하면 오랜만의 흑자 전환이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비용 절감이 실적 개선에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분기 영업손실액은 631억원으로 전년대비 손실폭이 확대됐다.

현대상선이 2분기에 흑자 기조를 이어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위기에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과 달리 노선 합리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현대상선은 적자 노선에 대한 과감한 정리보다는 수요가 감소한 노선에 대해 운항을 일시 중단하는 등 수동적으로 대응을 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그동안 노선 획득을 위해 투입한 노력과 비용, 다른 해운업체들과의 동맹(얼라이언스) 상황 등을 고려할때 적극적인 노선 정리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진해운의 경우 저수익 노선들을 대거 정리하고 고수익 노선에 집중해 대형 선박들을 투입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이어가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노선 정리 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로 그룹 리스크를 들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그룹의 각종 자금 조달에 참여해왔다. 여기에 해운업황 부진까지 겹치며 현대상선은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작년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며 순환출자구조를 단순화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이 치러야 했던 부담이 컸다"면서 "해운업황 부진은 이미 오래전부터 현실이 됐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단순히 현대상선만의 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벌크에 발목 잡히다

현대상선의 또 다른 문제점은 매출 구조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과 달리 벌크 부문의 비중이 높다. 현대상선의 벌크 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 정도다. 한진해운의 경우 7%에 불과하다. 벌크 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진해운의 2배를 넘는다. 컨테이너 부문의 비중은 약 75% 정도다. 한진해운의 92%에 못미친다.

최근 글로벌 해운 업황은 컨테이너 부문과 벌크 부문 모두 불황이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컨테이너 부문이 벌크 부문에 비해 나은 상태다. 실제로 벌크 부문의 업황을 보여주는 BDI(벌크선운임지수)의 경우 지난 8월 초 1222포인트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900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다. 이마저도 최근 1~2주간 상승세를 탄 수치다. 그만큼 벌크 부문의 운임 상승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 자료:한국선주협회

하지만 상대적으로 벌크부문 비중이 높은 현대상선은 이를 상쇄할만한 사업부문을 갖추지 못했다. 컨테이너 부문도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은 수익성이 높은 미주 노선의 비중이 작다. 현재 미주 노선은 최근 미국의 물동량 증가와 TSA(태평양 항로 운임 안정화 협정) 덕에 유럽 노선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현대상선의 미주 노선 비중은 매출액의 40% 수준이다. 한진해운은 55%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현대상선이 좀 더 유연하게 업황 부진에 대처하지 못한 이유로 풀이된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과 달리 그룹 리스크를 일정 부분 감내해야 했다. 따라서 업황 부진에 대응하기보다는 자생력 확보에 주력했다. 특히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상태라 재무제표 개선이 시급한 과제였다. 그동안 현대상선이 밖보다는 안에 치중한 이유다.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까지 LNG 전용선 사업 매각,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 유상증자 등으로 총 3조2000억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이행했지만 현대상선으로 유입된 자금은 
약 2조50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벌크선전용선사업부와 미국 터미널사업부를 분사해 이를 담보로 약 31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업계와 시장에서 현대상선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하다.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한진해운에 비해 수익성이 현저하게 떨어져서다. 현대상선이 기대할 것은 업황 회복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의 해운 업황은 악재만 가득하다.

최근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통상적으로 3분기는 해운업의 성수기로 불린다. 연말을 대비한 운송수요 증가로 운임에 할증료가 붙는다. 따라서 3분기 운임은 다른 분기에 비해 높게 형성된다. 작년 3분기 컨테이너 미주 노선 운임은 연중 최고 수준이었던 1TEU 당 2032달러를 기록했다. 그만큼 해운사들은 3분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
▲ 3분기는 전통적으로 해운업 성수기이지만 올해는 달랐다. 컨테이너 운임 지수는 하락세다. BDI도 여전히 1000포인트를 밑돌고 있다. 업황 회복만이 살 길인 현대상선에게 최근의 해운업황 부진은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를 더욱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대 해운동맹인 2M(Maersk, MSC)의 선복량 유지는 운임을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올해 3분기는 다른 때와 달랐다. 3분기 말인 현재의 SFCI 미주노선 운임은 1461달러다. 지난 8월 1719달러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리막길이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로 수출이 늘어나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벌크 부문도 마찬가지다. 최근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 BDI 1000포인트를 넘지 못했다. 중국의 석탄, 철광석 수요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공급 과잉이 극심한 유럽 노선도 운임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든 분위기다. 최대 해운 동맹인 2M(Maersk, MSC) 탓이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Alphaliner)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동맹 O3(CMA-CGM, UASC, CSCL), G6(하팍로이드, APL, MOL, OOCL, NYK라인, 현대상선) 등은 선복량(적재능력)을 줄여 공급과잉 해소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36%를 차지하고 있는 2M은 여전히 선복량 감축을 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업황이 회복돼야 나타나는 것"이라며 "결국 현대상선의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는 업황 회복시기와 맞물려 있
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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