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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강판'에 꽂힌 포스코..까닭은

  • 2016.01.12(화) 11:00

다른 제품 대비 마진율 높아..수익성 확보 첨병
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성에 타격 우려

포스코가 연초부터 자동차 강판 판매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가 이처럼 자동차 강판에 사활을 거는 데에는 포스코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포스코는 현재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철강 업황은 여전히 부진하다. 철을 필요로 하는 전방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 판매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첨병이 자동차 강판이다. 자동차 강판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적은 판매량으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포스코도 이런 점에 주목했다.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업체 최초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자동차 강판이 살 길

포스코의 연결기준 실적은 지난 2014년 3분기를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개별 기준으로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철강 업황 침체라는 외부 환경과 과거부터 쌓여 온 포스코 내부의 부실이 겹친 결과다.

작년 3분기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4.65%에 그쳤다. 개별기준으로는 10.1%다. 연결기준 영업이익률과 개별기준 영업이익률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계열사들의 부진 때문이다.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부실 자산과 계열사를 정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권오준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수익성 확보'를 기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철강 업황 부진과 더불어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전방산업들 마저 무너진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업황과 전방산업 부진은 곧 철강 수요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목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은 마진율이 높다. 제품 판매량이 적어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자동차 강판'이 대표적이다. 가공 작업이 많이 들어가고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업계 등에 따르면 자동차 강판의 마진율은 10%를 웃돈다. 
 
마침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도 초경량 고강도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술력이 없으면 절대로 발을 들여 놓을 수 없는 시장이다. 범용 제품의 경우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은 기술력을 가진 포스코가 훨씬 유리하다.

포스코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 강판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2018년까지 자동차 강판 판매량을 연 1000만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 판매 확대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며 "이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영업이익 절반이 달렸다

포스코는 최근 글로벌 철강업체 중 최초로 모터쇼에서 기술 전시회를 개최했다. 통상적으로 철강업체의 기술 전시회는 특정 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도요타와 같은 업체의 요청에 따라 도요타 본사에서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자동차 관련 강종과 이를 통해 제작한 부품 등을 선보이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번에 포스코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직접 나섰다. 포스코가 가진 기술력을 선보여 현재 26개인 자동차 강판 및 소재 공급처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이번 모터쇼에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트윕(TWIP)강을 비롯해 HPF(고온프레스성형)강 등 미래 자동차 소재를 대거 출품한다.

트윕강은 강도는 mm² 당 100kg의 하중을 견디면서도 동일 강도의 양산재 대비 가공성은 무려 5배나 높다. 충격 흡수 능력이 탁월해 주로 자동차의 범퍼빔 등에 사용한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HPF강은 충돌이나 전복 사고시 탑승자를 보호하는 차의 기둥에 적용된다. 포스코가 유일하게 세계 최고강도 수준인 2GPa급 제품을 생산한다.
 

포스코는 고품질 자동차 강판 공급을 위한 투자도 단행한 상태다. 작년 광양제철소에 연산 50만톤 규모의 7번째 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CGL)을 착공했다. 일반 자동차 강판보다 무게는 10% 가볍지만 강도는 2배 강한 초고장력강(AHS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또 중국 충칭강철과는 연산 240만톤 규모의 냉연 강판과 냉연도금 강판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포스코의 지난 2014년 냉연강판 판매량은 3136만톤이다. 이 중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830만톤이다. 전체 냉연강판 판매량의 26.5%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자동차 강판이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 마진율은 영업비밀"이라며 "포스코의 영업이익에서 자동차 강판의 비중은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지난 2000년부터 자동차 강판 기술 개발에 매진한 이유다.

포스코는 현재 WP(월드 프리미어)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WP제품의 마진율이 높아서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지상과제다. 자동차 강판은 포스코의 WP제품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의 니즈까지 반영하는'솔루션 마케팅'을 접목한 자동차 강판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 녹록지 않은 상황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강력한 경쟁업체의 등장이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포스코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작년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면서 자동차 강판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급부상으로 현대·기아차로 공급되는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공급량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전년대비 1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줄어든 공급량을 현대제철이 가져갔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한 만큼 작년에는 이 비중이 더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가 현대·기아차가 아닌 글로벌 업체들로 자동차 강판 공급처를 확대하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만큼 현대·기아차로 향하는 자동차 강판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다.
 
이와 함께 자동차 업체들의 자동차 강판 가격 인하 요구도 포스코를 위협하는 요소다. 현재 자동차 업체들은 철강업체들에게 자동차 강판 가격을 톤당 7만~9만원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자동차 강판 가격은 톤당 80만~100만원 선이었다. 작년에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계약이 체결됐다. 올해도 가격 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강판 가격 인하는 포스코의 수익성 확보에 큰 타격이다.

아울러 원재료값 하락에 따른 냉연가격 하락 추세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냉연제품 가격은 지난 2011년 이후 작년 3분기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작년 1~3분기 국내 냉연 제품 평균가격은 지난 2011년 대비 31.8% 하락했다. 현재도 원재료값 약세는 지속되고 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 인상을 주장할 근거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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